”GDP 회복만 보고 코로나19 취약층 지원정책 축소 말아야“

2021-07-11     김누리 기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실질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성급하게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더라도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원 정책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사회적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금융브리프’에 실린 ‘미국의 성급한 취약계층 지원 축소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송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약계층 프로그램 축소 시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분석해 소개했다.

송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소득이 부족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식비를 지원하는 ‘보충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을 확대하는 비상조치를 마련했다. 가구당 월 소득이 빈곤선 대비 130% 이하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SNAP은 2013년 최대 80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고, 2019년까지 600억 달러를 상회했다.

이후 미국의 실질 GDP는 빠르게 반등해 2010년 4분기에는 15조 8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반면 고용시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용률의 점진적인 하락 추세로 2019년 이후에서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회복이 상당기간 지체되면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장기간 지속됐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에 대한 보충영양 지원 프로그램인 SNAP 규모가 확대될 필요성도 지속해 2013년에는 최대 800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2019년까지도 여전히 600억 달러를 웃돌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330억 달러 수준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실질 GDP 반등이 확인된 2010년부터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SNAP 지원 규모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공화당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SNAP을 축소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했다. 2012년 미 대선 과정에서 깅그리치 전 하원의원이 오바마를 ‘무상급식 대통령’이라고 비하한 사례에서 이는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13년 10월 SNAP 지원 조치를 2014년 3월부터 종료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후에도 SNAP에 대한 공화당 인사들의 공격은 그 뒤로도 계속됐다. 이들은 “규모가 너무 커서 지속불가능하다” “수급자의 20%가 부정수급자다” “예산의 70%가 공무원 인건비로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SNAP 축소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했으며, 특히 저학력 백인 인구 집단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를 근거로 송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의 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성급하게 축소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빠르게 반등한 실질 GDP보다는 취약계층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에 근거한 정책 운용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을 비롯한 다차원적 지표 체계를 구축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긴급 고용안정지원금과 생계지원금 등 지원 정책의 유지 기간을 이런 지표에 연동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