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내일부터 무기한 파업”… ‘분류작업’ 뇌관 결국 터지나

2021-06-08     김빛이나 기자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상자를 나르고 있다. ⓒ천지일보DB

“사회적 합의안 최종 결렬”

“쟁의권 있는 2100여명 파업”

쟁의권 없는 조합원의 경우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투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8일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가 결렬됐다며 9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이어왔지만 결국 터질 게 터지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회적 합의기구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9일부터 쟁의권 있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마지막 협상이라는 자세로 임했던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오늘 사회적 합의안은 최종적으로 결렬됐다”며 “내일부터 쟁의권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세부적 이행방안을 5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여러 이유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오늘, 6월 8일에는 반드시 합의하겠다는 게 참가주체들의 사전합의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택배노조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센터에서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잠정 합의안을 받아들여 총파업을 철회했다. 앞서 지난 28일 노조는 택배사와 정부, 국회 등과 논의를 이어간 끝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천지일보 2021.1.29

이어 “형식적으로는 대리점 연합회가 오늘 불참해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다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결렬의 표면적 이유지만 실질적으로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안 타결을 미루고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결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류작업 문제는 이제 끝장내자는 결심으로, 국민께 불편을 끼치더라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는 점을 밝힌다”며 “언제든 그 누구라도 대화를 요청하면 피하지 않고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택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를 향해 “분류인력을 단 1명도 투입하지 않던 우정사업본부는 불참 사유도 밝히지 않고 오늘 사회적 합의 참가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불참했다”며 “우정사업본부를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9일부터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2100여명이 파업에 돌입한다. 분류인력이 1명도 없는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택배는 조합원들이 전면 파업에 나서며, 분류인력이 있는 일부 택배사들은 분류된 물건만 배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오전 9시 출근 및 오전 11시 배송출발 방식의 투쟁을 한다.

앞서 택배노조는 반복되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분류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하는 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올해 1월에도 한 차례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으나, 구체적인 투입 시기나 방식의 이견으로 결렬돼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파트 지상 차량출입금지 택배사 해결을 촉구하는 총파업 투쟁계획 및 택배사, 노동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77.0%로 가결됐다”면서 파업 돌입 시기는 위원장에게 위임하며 부분 파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1.5.7

다행히 택배 3사 등이 분류인력 6000명을 투입하는 대책을 제시해 총파업은 막았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 있었다.

지난달 7일에는 ‘아파트 지상차량 출입금지 택배사 해결을 촉구하는 총파업 투쟁계획 및 택배사·노동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다만 이후 정부에서 아파트 배송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서며 합의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내내 이어진 분류작업의 책임을 놓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택배노조는 파업의 길을 택했다.

일단 택배업계는 직영 택배기사 투입 등으로 ‘택배 대란’은 막는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기사 중 노조가입율은 11% 수준이며, 이중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택배 배송에 집배원을 투입해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