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욕설·막말’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도 넘은 신천지 비방시위 논란
전피연, 자극적 현수막 걸고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비방
“인격권 침해하면 ‘명예훼손’… 금전적 손해와 다르다”
“표현의자유로 다른사람 권리침해하면 법적 책임져야”
“‘차별금지법’ 제정해 혐오·차별 막아야 한다” 목소리도
[천지일보=김빛이나·이우혁 기자]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91.1%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밝혔다.
당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관련해 한 전문가는 “코로나와 신천지 교리는 무관한데도 신천지가 소수종단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신천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미지는 기성교단이 ‘이단프레임’을 씌우면서 고착화됐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악용해 방역방해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후에도 신천지와 구순 넘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욕설과 막말을 일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다.
전피연 회원 중 다수는 기성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교단을 등에 업고 소수종단인 신천지를 ‘이단·사이비’로 단정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의 행태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얻어 분석했다.
◆막말·욕설·합성사진에 허위사실 유포까지
6일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피연 회원들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1심이 끝난 현재도 수원지방법원 인근과 이 총회장이 기거하는 경기도 한 아파트 정문에서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내걸고 신천지와 이 총회장에 대한 비방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시위 중에는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표현들도 자주 등장한다.
장소와 관계없이 비방의 단골 소재는 ‘자녀 가출’ ‘가정파탄’의 책임을 이 총회장에게 돌리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이 총회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법정 공방 중인 횡령혐의를 악의적으로 유포하거나 사생활에 대한 인신공격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위에는 조악하게 합성된 사진과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이 등장한다.
지난달 5일 수원지방법원 후문에서 시위한 전피연 회원 A씨는 “사이비 신천지는 내 아들 00이, 내 딸 당장 내놔라. 사이비 신천지 교주 법정 구속하라”고 비방했다. 특히 피켓에는 ‘제1-1 형사부 김미경 재판장님, 신천지에서 가출시킨 딸을 찾을 수 있도록 탄원하오니 부디 이00를 엄벌해 주시길 바랍니다’는 내용을 적었다.
또 다른 전피연 회원 B씨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한 아파트 정문에서 ‘자칭 이시대 구원자라고 하는 신천지 교주 이00 56억 횡령이 웬 말이냐’라는 현수막을 걸고 비방에 나섰다.
소형현수막에는 ‘신천지교주 이00는 신도들 헌금 56억 꿀꺽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받은 종교사기꾼이다’라고 적혀 있었고, 중형현수막에는 ‘어린 자녀 집 가출 실종 가정파탄 인성파탄 신천지교주 이만희를 법정구속시켜라’고 적어 비치했다.
또 이들은 지난 3일 같은 아파트 정문에서 소형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게재하고 ‘신천지 청년들은 육체 영생 사기당했다’며 ‘신천지는 집·가출 당하는 곳’이라며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이 총회장에 대한 인신공격을 지속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영등포역 3번 출구에서도 현수막을 걸고 “사기꾼을 당장 구속하라”고 비방했다. 또 피켓에는 ‘가정 파괴범 신천지 교주 이00는 감방에서 영생할지라’고 적었다.
또 “대통령님 국가, 사회, 가정을 파탄 내는 사기 집단 사이비 신천지를 해체 시켜 주십시오. 온 국민(170만)이 염원하고 있다”며 “사이비 신천지 교주 이00는 7년 가출시킨 사랑하는 딸 00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주장했다.
◆“자녀 가출 책임은 신천지 아닌 강제개종”
비방의 단골 소재인 자녀 가출에 관해 수원지검은 2007년과 2014년 ‘신천지에 혐의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재판과정 중에 자녀 가출이 강제개종으로 자녀의 인권을 침해한 부모에게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기타 최근 이만희 총회장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횡령 부분에 대해 신천지 측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며, 2심과 3심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함에도 전피연 회원들은 우리 사회에 신천지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막말 수준의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 “혐오·차별 멈춰야”
전피연 회원들의 비방시위를 보는 신천지 신도들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전피연 회원들의 비방은 25만명에 이르는 신천지 신도들의 인격권을 무시한 발언이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에 대해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전피연 회원들의 시위장면을 자주 목격했다는 신천지 신도 C(경기도 안양, 남)씨는 “근거 없는 거짓말로 신천지가 혐오와 차별을 받는데도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면서 말을 이었다.
그는 “(전피연 회원들이 시위하는 것을 보면) 귀신이 들어가지 않고서야 저렇게 심한 욕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만희 총회장님은 예수님이 함께하는 목자”라면서 “예수님과 함께하는 목자를 저토록 비방하는 것을 그냥 둔다면, 예수님의 의가 잘못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전피연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위법한 행태를 지속할 경우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법적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法 전문가 “‘명예훼손’ 될 수 있어”
전피연의 욕설·모욕이 담긴 비방시위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타인이 명예훼손이라고 느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명예훼손은 형법상의 범죄로 ‘인격권’을 침해한 것을 말하는데 인격권은 금전적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다. 정신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명한 사람을 공인(公人)으로 오해하지만 공인은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며, 대형교회 목사나 유명연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명인도 모두 사인(私人)”이라면서 이만희 총회장 역시 사인(私人)임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표현의 자유로 인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된다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난·혐오 막는 것이 진정한 표현의 자유”
인권차별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기득권층이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를 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가 축소된다”면서 “큰 의미로 보면 차별과 혐오의 표현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기보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의미의 ‘표현의 자유’는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이 ‘나는 개신교니까 정상이고 너는 신천지니까 비정상이야’라고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소수자를 억압하는 방식의 표현은 언론에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수자를 억압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언론보도는 소수자들을 억압하게 되고 결국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하지만 현재 언론은 이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공교육·법 통해 ‘차별·혐오사회’ 바꿔야”
소수자에 대한 비방을 통해 이들을 억압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사회는 공교육과 제도 개선을 통해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지학 소장은 “차별과 혐오 사회를 바꿔나가는 노력은 공교육을 통해서도 이뤄야 하고 언론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뿐 아니라 정치인도 나서서 법을 제정하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사회에는 ‘나’ 아닌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데 서툰 사람들이 있다”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인식을 바꾸고 혐오세력도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