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詩) - 무명(無明)

2011-04-08     천지일보

무명(無明)

조창환(1945-   )

우적우적 동백꽃 지고

천리향 그늘 없다

잠 깨며 듣는 새소리

꿈속에 만난 가지에 놀고 있다

 

무명(無明), 잘못된 생각이나 집착 때문에 참삶을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 그러므로 모든 번뇌의 근원이 되는, 이 껌껌하고 깊은 웅덩이. 잠시 벗어나 청아한 아침 일깨워주는 새소리 듣고 싶다. 꿈속에 만난 가지에 놀듯, 오늘 하루 그렇게 살고 싶다.
‘우적두적 동백꽃 지고, 천리향 그늘 없는’ 세상의 뜨락. 사람들, 삶 속 깊이 드리워진 무명의 그림자. 벗어버리지 못한 채, 오늘도 다만 서성이고 있을 뿐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