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나의일기] “일기쓰기 운동 30년… 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습니다”

2017-04-23     김민아 기자
▲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대표가 인추협이 직접 제작한 ‘사랑의 일기장’을 손에 들고 일기쓰기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성찰하는 습관 체득하는 기회
최고의 인성교육방법이라 자신”

“꾸준히 작성하는 습관 중요
소통의 고리로 가족일기 추천”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반성하는 어린이는 비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일기 쓰기 운동을 진행하는 원동력입니다.”

30년 가까이 사랑의일기 운동을 진행 중인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는 “급격한 산업화로 불법이 성행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을 목격한 후 아이들만이라도 올바른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 사랑의일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나면서 학교현장에서의 일기 교육은 주춤한 상태다. 고 대표는 “일기 쓰는 습관을 길러주는 게 목적이지 일기 내용을 검사하려는 게 아니다”며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일기쓰기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일기쓰기 장점은.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시간인 일기쓰기는 그 자체로 자기성찰이며 인성교육의 첨병이라고 생각한다. 일기쓰기는 다른 사교육의 도움 없이 꾸준한 실천만으로도 커다란 인성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을 성찰하는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으로 습관화 돼야 가능하다. 지겨운 숙제로 메워야 하는 일기를 권하는 게 아니다. 성실하게 보낸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습관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아이들에게 제공되기를 바란다.

- 일기쓰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오는 변화는.

일기쓰기는 아이의 변화 뿐 아니라 가정의 변화 마을의 변화,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만든다. 먼저 일기교육 과정 중에 부모와 아이가 하루의 과정을 함께 되돌아보고 대화하면서 소통의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잘한 것은 칭찬해주고 잘못한 것은 함께 반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달라진 아이의 행동은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 동네에 주민들과 거의 소통이 없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일기교육을 통해 ‘인사하기’ 목표를 세운 아이가 날마다 할아버지에게 밝게 인사를 했고, 할아버지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용돈을 주기까지 했다. 그 아이의 할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할아버지에게 김치를 담아 전달했다. 한 아이의 인사가 이웃 간의 소통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기쓰기는 인성교육에 있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기쓰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사교육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일기쓰기를 꾸준히 한 어린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서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더불어민주당 고준일(37) 최연소 세종시의회 의장도 사랑의일기 운동에 동참했던 어린이 중 하나다. 그 외에도 많은 어린이가 기업체, 법원, 방송국 등 각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 일기쓰기 방법은.

일기쓰기에 정해진 방법은 없다. 쓰는 방법보다는 꾸준히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길지 않아도 되니 하루 일과 중 감사했던 일, 행복했던 일, 인상 깊었던 일, 의미 있었던 일 등을 생각해보고 짧게 느낀점을 적어본다면 삶에 대한 감사함과 자신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가족일기를 추천하고 싶다. 한 권의 공책을 준비하거나 가족 우체통 등을 만들어 가족 구성원에게 말로 하지 못했던 마음 속 이야기들의 적는 거다. 그 메모들이 가족과의 대화를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줄 것이다.

- 아이가 일기를 쓰게 하려면.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하얀 백지에 글을 쓰라고 한다면 너무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인사하기’ ‘고운말 쓰기’ ‘질서 지키기’ 등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하루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강요보다는 가족 모두가 저녁 시간 20~30분 정도는 TV를 끄고 앉아 함께 일기를 쓰면서 대화도 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의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고학년이 되면 ‘시사일기’ ‘환경일기’ ‘독서일기’ 등 주제를 줘서 다양한 글을 써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학교에서는 공교육을 살리는 차원에서 일기교육이 다시 활성화 되면 좋겠다. 자습시간이나 방과후 프로그램에 일기교육을 넣어서 아이들에게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