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나토 EU 회원국’ 아일랜드, 유럽 방위 약점으로 지목

국방비 GDP의 0.25%…"빅테크 세수 의존하면서 해저케이블 등 안보 취약"

2025-11-26     연합뉴스
아일랜드 의회. (출처: 연합뉴스)

아일랜드가 군사적 중립성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유럽 방위의 약점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서양 해저 기반시설에 대한 위협이 커졌고 이웃인 영국 스코틀랜드 해역에 최근 '간첩선'으로 의심받는 러시아 얀타르호가 진입, 영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아일랜드는 방관자적 태도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아일랜드의 국방비는 2026년 15억 유로(2조5천억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예정이지만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25%로 유럽연합(EU)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최근 국방비 목표를 GDP의 5%로 높였다.

아일랜드가 미국 빅테크와 제약업체의 유럽 본사를 유치해 막대한 세수를 거두고 있으며 올해 102억 유로(17조3천억원)의 재정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국방비는 아주 작은 규모로 평가된다.

아일랜드는 섬나라지만 1946년에야 해군이 창설됐다. 1960년대 말 함선 부족 상태에 놓였고 현재도 8척 중 4척만 운용 중일 만큼 자원이 부족하다.

유럽 해군 장교 3명에 따르면 안보 통신 기반이 부족해 나토 국가가 러시아 선박 진입과 같은 잠재적 위협에 대해 교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관해 아일랜드 국방부는 언급을 거절했다.

최근 취임한 캐서린 코널리 아일랜드 대통령은 군사 확장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아일랜드에서 대통령이 의례적 자리이긴 하지만 군사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데 대한 아일랜드 여론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럽 안보 위협이 커진 가운데 아일랜드는 내년 하반기에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유럽 확장 안보 협의체인 유럽정치공동체(EPC)도 주최한다.

아일랜드군 지휘관 출신인 캐설 베리 전 의원은 "아일랜드에는 빅테크와 대형 제약회사, 빅데이터가 있어 높은 가치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EU 회원국이면서 나토 회원국은 아니다. 나토 보복 우려 없이 EU를 치고 싶으면 아일랜드가 그라운드 제로(시작점)"라고 지적했다.

FT는 특히 유럽 서쪽 끝에 있는 아일랜드가 지리적으로 글로벌 해저 통신 기반에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북반구 해저 케이블의 약 4분의 3이 아일랜드의 수역을 지난다.

아일랜드는 또한 에너지 대부분을 해저 파이프라인에 의존한다.

아일랜드 해군 지휘관을 지낸 키빈 맥 오운리는 아일랜드의 해저 케이블 보호 능력은 사실상 '제로'(0)라고 지적했다. 다른 유럽 전직 안보 관리도 "아일랜드는 무방비 상태"라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한쪽 편에 서지 않은 아일랜드는 전후 북아일랜드 분할 문제로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현재도 나토 가입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거의 없다. 아일랜드 싱크탱크 애저 포럼의 피터 코일 회장은 "중립성 덕에 예산이 국방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이게 일종의 신조가 돼 바꾸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영국이나 다른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중립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21세기에 맞는 책임을 피한다는 좌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안보 위협이 제기된 해저 케이블이 없었더라면 아일랜드가 글로벌 빅테크에서 막대한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었겠냐는 지적이다.

아일랜드도 국방비를 늘려 가는 추세이며 최근 안보 위협 증대에 대해 점점 더 인식을 높이고 있긴 하다. 러시아 해커들이 2021년 아일랜드 보건 서비스에 대규모 랜섬웨어 공격을 가한 일도 있었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지난 3월 해상 안보 및 케이블 보호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내년 봄 양자 회담까지 방위 협력을 갱신하기로 했다.

오시안 스미스 전 아일랜드 환경기후통신부 차관은 아일랜드가 국방에 더 많은 것을 하기로 했지만 "우리는 무(無)에서 시작했다"며 "지켜야 할 것이 많이 있고 이제 타인의 친절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