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환율 1500원 경고등… 단기 처방 아닌 경제 체질 개선이 먼저다

2025-11-25     천지일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을 향해 치솟고 있다. 1400원대 진입이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지던 때는 이미 지났다. 기업과 시장이 “고환율이 뉴노멀”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졌다. 기존엔 무역에서 흑자가 나고 주가가 오르면 환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환율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환율은 곧장 물가 상승, 생산비 증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는 단기 처방에 기대어 시간을 벌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킨 근본 원인부터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12월 미국 금리 결정, 일본발 엔저 심화, 그리고 한·미 간 관세 협상 결과 등이 맞물릴 경우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이 환율 상승을 예상해 해외 벌이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한국 경제의 중장기 체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으로 구성된 첫 4자 협의체를 가동했다. 하지만 대표적 장기 투자 기관인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직접 끌어들이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국민 노후자금을 단기 외환시장 관리 수단으로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할 뿐 아니라, 해외투자 비중 조정은 곧바로 연금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금은 환율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지키는 자산이다.

환율 불안이 지속되는 데는 분명 국내 요인도 있다. 포퓰리즘적 입법과 규제 강화, 반(反)기업 정서로 인한 투자 기피 등은 수년간 누적된 문제다.

노동시장 경직성과 지속되는 민간 활력 저하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약화시켰다. “한국이 더 이상 과거의 역동성을 가진 경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원화 약세는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시장 개입이 아니다. 외환보유액 확충, 통화스와프 확대 같은 안전판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규제 혁파, 노동개혁,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정치적 리스크 제거다. 경제 체력을 약화시킨 정책 실패가 더 큰 위기로 번지기 전에 정부는 근본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