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지록위마(指鹿爲馬), 지금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그 실상
한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직과 질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 운영의 핵심축이 되는 공무원 곧 공직사회며 그들에게 필요한 가치는 건강한 국가관과 합리적인 사고를 전제로 한 질서에 대한 순종일 것이다.
하지만 작금에 일어나는 괴이하고 어이없는 현상과 분위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며 우리가 믿고 있던 공직사회가 맞는가 싶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이로 인해 국회로부터 탄핵 처분을 받았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인용되므로 윤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내란 내지 내란 우두머리라는 이름으로 형사재판 등을 받고 있으며, 재판은 계류(繫留, 어떤 사건이나 법안 따위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있는 상태) 중에 있다.
즉 12.3 계엄이 내란인지 대통령의 고유권한의 범위 안에서 진행된 합법적 조치였는지는 재판으로 결정될 일이며, 이것이 법치주의다.
그러함에도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12.3계엄이 내란으로 규정돼 있는 형국이며, 이 같은 분위기를 여론과 선전·선동과 각종 권력의 힘으로 굳히기에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온 나라의 역량은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정과 국가 발전을 위해 쏟아야 함에도 이 한 가지 왜곡을 위하고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 죄 없애기에 매몰돼 있다면 국민은 얼마나 억울할까.
그 이유는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얻은 혈세를 이같이 어이없는 일과 그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군 장성들에 있어, 12.3계엄이 내란이라 발언하면 승진과 함께 더 나은 보직을 주고 내란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면 불이익 처분을 받는, 해괴망측한 일이 지금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총리실 주도로 총괄기획팀까지 꾸려지면서 본격적으로 경찰을 포함한 일반 공직사회에도 서로에 대한 불신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거센 투서 바람이 불며 권력 줄서기에 바빠질 전망이다.
중국 당나라 고사 중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진실과 사실은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이지만, 권력 앞에 눈치를 보며 사슴을 말이라 해야 하고, 말을 사슴이라 해야 하는 웃지 못할 현실을 풍자하는 얘기다.
지금 이 나라는, 국민은 거짓과 진실을 뒤바꾸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뿐더러 연좌제가 되살아나고 불신 풍조가 만연하고 정의가 아닌 불의와 손을 잡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야말로 이상한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은 법치라는 모양만 지닌,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공산사회주의의 길을 흠모해가는 듯 이상한 나라로 변질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입법기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 제정은 없고 다수의 힘으로 오직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한 사람의 죄를 없애기 위한 법률제정에 올인 돼 있으니 허울 좋은 삼권분립이고 진상 국회의 전형이라 하겠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해야 함은 당연하나, 진정한 민주주의는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절대 진리를 망각하고 있으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위정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다수결은 민주주의 내지 민주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은 될지 몰라도 다수가 진리가 될 수는 없다는 논리를 제발 깨닫기를 바란다.
중세 천동설은 가톨릭 사상과 문화와 기득 세력이 주도하는 한 시대의 절대적 가치로 여겨졌다. 이때 갈릴레이를 포함한 소수가 주장하는 지동설은 노리개로 취급되는 이단썰이며 이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리는 다수의 의견에 있었던 게 아니며 소수의 의견에 있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흔히들 ‘중도(中道)’를 말하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중도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등 어느 쪽에든 속하지 않고 한가운데의 입장을 취하는 정치행태를 의미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들은 그래서 좌와 우, 우와 좌의 극한 대립보다 합리적이고 신사적이고 우아한 입장에 서 있다고 자부심을 갖기도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 같은 태도는 신사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포장지 속에 비겁함과 나약함과 안일함이 감춰져 있는 기회주의적이며 이중적 궤변에 불과하다. 중도라 함은 ‘가운데 중(中)’이라는 글자 속에 한자의 특유한 이면적 뜻이 담겨 있으니 곧 ‘마음의 중심’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중도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한가운데 길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비록 좌(우)에 속했더라도 우(좌)의 곧 상대편 주장과 논리가 진리이고 맞다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중심상태를 뜻하며, 나아가 어디에 속했든지 옳고 진실된 길을 가는 것이 중도며, 이 중도가 곧 정도(正道)며 정의(正義)다.
제발 중도의 본질을 왜곡하고 변질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끝으로 한 번 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특히 사관학교 생도교육을 통해 진리와 진실 그리고 국가관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온몸에 배어 있어야 할 군 장성들의 일련(계엄에서 현재까지)의 낯뜨거운 발언과 비겁한 행태는 부끄러움을 넘어 추태며 한국군 역사에 치명적 오점을 남기며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혼란의 한 중심에 서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배신과 배반의 정서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바로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의 실상임을 깨달아야 하며 속히 그 늪에서 빠져나오길 주문한다.
나아가 진리와 진실이 승리한다는 절대 진리를 믿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