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전략은?’ 독일에 답 안 한 한국… 외교 방향성 논란

독일 총리 “한국의 대중국 전략 궁금” 이재명 “독일 배울 점 많아” 화제 돌려 일부 국제정치 연구자 “불확실성 남겨”

2025-11-24     김빛이나 기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1.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독 회담 과정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중국 인식과 전략을 묻는 질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장면이 포착되면서다.

메르츠 총리는 “한국의 대중국 전략이 궁금하다”며 중국을 직접 언급했고, 이는 정상회담 공개 발언이라는 공식적 맥락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 정책이나 외교 방향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다른 주제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응은 외교적으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신중한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공개 질의에 대해 특정국 외교 기조를 즉답하지 않는 방식은 국제 무대에서 자주 활용되는 형태다. 다만 이번 대응이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해석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각선 ‘모호성 유지’로 해석

회의 이후 일부 외교 전문지와 정책 분석가들은 이번 상황을 한국 정부가 대중국 문제에 대해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주요 국가들이 공급망 재편과 기술 협력 구조에서 ‘대중국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신중한 입장 표명을 두고 “입장 유보” 또는 “전략적 신호 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러한 해석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안보, 기술, 무역 분야를 중심으로 블록화가 심화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과 EU는 반도체·전기차·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는 정책을 강화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중국과의 경제적 구조가 깊이 연결돼 있는 국가로 분류된다.

◆유럽 최근 흐름 ‘디리스킹’

최근 유럽연합(EU)은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에서 ‘디커플링(Decoupling, 단절)’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최소화)’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했다. 공급망, 에너지, 기술, 핵심 광물 등 국가전략 산업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경제·무역 협력은 유지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이 전략 변화의 중심 국가로 꼽힌다. 독일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이 오랜 기간 중국 시장과 깊게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의존이 곧 국가 위험이라는 경험을 한 유럽은 중국 의존 문제를 안보 의제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EU 입장에서 동일한 공급망 구조를 가진 주요 협력 파트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분야에서 한국과 독일·EU의 전략 이해관계는 겹친다. 따라서 독일의 질문은 단순 외교적 사교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부정적 신호” 전망도 존재

일부 국제정치 연구자들은 이번 대응이 서방 주요국에 한국의 외교적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제 의존은 안보 리스크”라는 인식 아래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보다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 총리의 질문은 단순한 외교적 발언이 아니라 한국의 정책 정렬 여부를 확인하려는 성격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모호한 메시지가 향후 공급망 조정 과정에서 협력 우선순위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미 기술 동맹, 표준 협력, 경제안보 프레임에서 국가 간 연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외교 언어의 부재가 신뢰 형성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