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오간 민주 당무위… 정청래 주도 ‘1인 1표제’ 최종 결정 연기

대의원제 보완 TF 구성 착수 전대 룰 개정 놓고 셈법 복잡

2025-11-24     원민음 기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11.24.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만드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 속에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초 오는 28일 중앙위에서 이 같은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1인 1표제 개정이 충분한 숙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당내 비판이 나오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연 당무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중앙위원회 소집을 오는 28일에서 12월 5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위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안이 당무위에서 처리되기는 했지만 중앙위 처리는 일주일 미뤄진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1인 1표제 도입과 관련해 당원들의 일부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중앙위 소집을 당초 11월 28일에서 12월 5일로 일주일 연기하는 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든 비공개든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서면이나 현장에서 의견을 내신 분도 있었다”며 “그런 것을 다 수용해서 좀 더 논의 시간을 갖자는 것을 정청래 대표가 수용했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보완 논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대의원제를 보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고 취약 지역에 대한 배려 조항을 이번 당헌·당규 개정안에서도 보완했다”며 “다만 구체성 등을 담아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수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의원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대신 일정 역할을 남겨두되, 영남 등 취약 지역의 조직 약화를 최소화할 장치를 따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날 당무위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의 도중 고성이 오갔다는 전언이 나올 만큼 개정안 처리 방식과 속도를 둘러싼 이견이 격렬했던 셈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당무위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1인 1표제에 대한 찬반 문제라기보다는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 취약 지역에 대한 전략적 문제가 과소대표되고 있는 점 등이 논란의 핵심”이라며 “민주당이 수십년간 운영해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폐지하는 게 맞느냐”라고 비판했다. 또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빨리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며 “무조건 정해졌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방식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 제동을 걸었다.

의원·당직자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강득구 의원은 “지도부가 개혁 내용과 숙의 절차 모두에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길 요청한다”고 했고 윤종군 의원도 “영남 지역 당 활동 활성화, 당원 자긍심 고취를 위한 최소한의 동인을 제공하는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9~20일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해 정당성을 보강하려 했다. 그러나 투표율이 16.81%에 그치자, 결과를 둘러싼 의문은 오히려 커졌다. 정 대표 측은 찬성률이 80%를 넘었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당 안팎에서는 “86.81%의 찬성을 진짜 찬성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낮은 참여율 속 ‘조직된 표’의 영향력이 과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반발의 진원지는 다소 복잡하다. 형식적으로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청래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졸속으로 강행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명계 일각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우려는 공유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절차’와 ‘지역대표성’이 쟁점이지만, 속으로는 내년 전당대회를 둘러싼 룰 싸움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이런 구조가 유지될 경우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도 권리당원 표심을 등에 업고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1인 1표제가 도입되면 대의원 ‘완충 장치’가 사라져, 당심(黨心)이 더 직접적으로 지도부 선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지도부의 이번 개정 드라이브를 두고 “대표 연임을 노린 유불리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