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삼계탕까지 줄줄이 인상…서울 외식비 ‘일상적 부담’로 번졌다
칼국수, 10년 만에 50%↑ 삼계탕, 4년 새 3천원 상승 원재료·고정비 이중 압박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올해 내내 ‘면플레이션(면과 인플레이션 합성어, 면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서울 지역 8개 인기 외식 품목 가운데 칼국수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 분석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의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3.44% 상승했다.
가장 많이 오른 메뉴는 칼국수였다. 칼국수 가격은 지난해 12월 9385원에서 올해 10월 9846원으로 1년 전보다 461원(4.91%) 올랐다. 절대 금액 기준으로도 8개 메뉴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다. 소비자들은 ‘500원가량 오른 한 끼’가 누적되면서 체감 부담이 더 커졌다고 호소한다. 장기 흐름을 보면 인상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칼국수는 2015년 6545원에서 지난해 9846원으로 10년간 3301원 상승, 50% 넘게 뛰었다.
보양식 수요가 많은 삼계탕도 상승세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평균 1만 7269원에서 올해 10월 1만 8000원으로 731원(4.23%) 올랐다. 최근 4년간 기준으로는 1만 5000원대에서 3000원 이상 뛰었다.
서울 주요 외식 메뉴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밥은 지난해 3500원에서 올해 10월 3646원으로 146원(4.17%) 인상됐고 김치찌개백반은 8269원에서 8577원으로 308원(3.72%) 올랐다. 냉면은 1만 2000원에서 1만 2423원으로 423원(3.53%), 비빔밥은 1만 1192원에서 1만 1577원으로 385원(3.44%) 상승했다. 자장면도 7423원에서 7654원으로 231원(3.11%) 올랐으며, 삼겹살(200g)은 2만 282원에서 2만 673원으로 391원(1.93%) 높아졌다.
단일 메뉴 상승폭은 수백 원 수준이지만, 직장인·학생·자영업자 등 고정 수요층은 매일 점심을 소비하는 구조상 월·연 단위 누적 지출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외식 가격 상승의 핵심 배경은 원재료비와 고정비 상승이 겹친 구조적 요인이다. 칼국수 대표 원재료인 밀가루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8.47에서 2022년 138.17로 1년간 3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곡물가 변동, 운임 및 환율 영향이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다. 최근 수치가 소폭 내려온 상황에서도 외식 가격은 다시 내려가지 않고 정체돼 있다.
고정비 역시 외식업체들 압박하고 있다. 전기료·가스비·임대료·인건비 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면류·백반처럼 조리 공정이 많은 메뉴는 인건비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외식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물가 조정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재료 조달 비용이 시장 가격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하는 반면 임대료나 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계약 주기와 법적 기준에 따라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재료 가격이 다소 안정돼도 외식비는 단기간에 내려가기보다 정체 또는 완만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