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로봇도 종교 참여”… 종교학계서 나온 파격 전망

서강대 종교학과, 로버트 M. 제라시 박사 초청 강연 개최

2025-11-22     임혜지 기자
1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국제학술강연에서 로버트 M. 제라시(미국 녹스 칼리지 종교와 문화 연구 석좌교수) 박사가 로봇들 사이의 종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11.1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간과 거의 동등해진 로봇이 인간의 고유 영역인 종교적 실천까지 추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서강대학교 종교학과가 주최한 국제학술강연에서 로버트 M. 제라시 박사(미국 녹스칼리지 ‘종교와 문화’ 석좌교수)는 AI 시대 종교학을 주제로 로봇의 종교성에 대한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제라시 박사는 20여년 동안 종교와 기술의 관계를 연구하며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속에 숨은 종교적 상상력과 신화적 구조를 분석해온 세계적 석학이다. 최근 ‘로봇과 종교’를 주제로 국내 강연을 이어가며 미래에는 로봇도 종교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로봇과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지성을 갖추게 되고 그 결과 종교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라시 박사는 “로봇이 지성·자유의지·감정 반응 같은 측면에서 인간과 진정으로 동등해진다면 인간이 삶과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 참여하는 공동체에 로봇 역시 참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종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특히 기독교나 이슬람의 경우 신의 창조 안에서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로봇의 참여를 받아들이는데 더욱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제라시 박사는 “로봇과의 동료애를 거부하는 종교는 오히려 멸종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신자들이 로봇을 포용하는 다른 종교 공동체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로봇이 종교적 경험을 갈망하거나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겠지만 결국 종교 공동체에 대한 인간의 오래된 관념이 재편될 것”이라며 미래에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종교 의식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로봇을 인간의 생활과 문화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로봇 강국 일본은 로봇을 종교 실천에까지 도입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라시 박사는 그중 하나로 교토 고다이지 사원의 승려 로봇 ‘민다르(Mindar)’를 언급했다. 민다르는 2019년 등장한 로봇으로 자비로 중생을 보살피는 관세음보살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여느 승려와 마찬가지로 설법을 하고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일본 불교에서 제공되고 있는 이 같은 로봇 의례는 지리적 또는 문화적 위치에 관계없이 앞으로 거의 모든 종교 전통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확신했다. 

‘로봇의 종교 참여’라는 파격적 전망은 현재 교계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날 현장에서도 “왜 로봇이 인간을 닮아야 하는가”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라시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로봇이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점, 어쩌면 인간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부조리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존재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인간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기술 문화권에서는 ‘기계가 곧 인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는 ‘동일성’의 문제가 아니라며 한스 모라백과 레즈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들이 “로봇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본 관점을 언급했다. 

인간이 초·하위적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종교를 형성해 왔다면 로봇 역시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 되는 순간 종교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로봇도 특정 의례와 종교적 실천을 수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라시 박사는 “앞으로 로봇이 인간처럼 활동하게 되면 법적 권리 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결국 우리의 태도는 인간 외 다른 존재들 즉 기계들에게까지 우리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