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섬 미래를 품다(10)] 사도·추도, 중생대 남긴 섬… 지질·바닷길·절경 보고(寶庫)
1억년 지질 유산 품은 작은 섬 돌담이 전하는 섬 생활의 지혜 일년에 여섯 번 열리는 바닷길 세계 최장 공룡 보행렬의 가치 자연·암석·퇴적층이 빚은 지질 둘레길·해변 등 명소 탐방 활기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여수 화정면 낭도리에 자리한 사도와 추도는 작은 섬이지만 1억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발 아래에서는 중생대 공룡 발자국과 퇴적 구조가 이어지고 해안 곳곳에서는 당시의 지층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람을 막기 위해 돌만 쌓아 만든 생활 돌담, 간조 때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길, 그리고 섬 전체에 걸쳐 분포한 다양한 지질 경관은 두 섬의 성격을 조금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여수시가 2026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섬 고유 자원을 재조명하는 가운데 사도와 추도는 ‘지질·생태 섬’의 잠재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돌담이 지킨 섬 생활사
사도는 섬에 모래가 많아 ‘모래섬’으로 불렸고 최고봉이 49m에 불과한 작은 산지와 암석 해안이 어우러진 아담한 섬이다. 여름철 태풍과 해일,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견디기 위해 마을 곳곳에 촘촘히 쌓아 올린 돌담은 섬의 풍경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요소다.
사도와 추도의 돌담은 흙을 쓰지 않고 돌만으로 층층이 쌓는 전통 방식의 ‘강담’ 구조로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은 채 마을의 생활사와 공동체 기억을 오롯이 품고 있다. 크기가 제각각인 돌들을 맞물리듯 얹어 안정감을 확보한 돌담은 섬 주민의 기술과 생활의 지혜가 응축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면적이 더 작은 추도는 집들이 바닷가와 맞닿아 있어 바람과 파도를 막기 위한 돌담의 높이가 지붕 아래까지 이를 만큼 높다. 추도 돌담은 납작한 돌을, 사도는 몽돌을 주로 사용해 색감과 형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잘 굴러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몽돌 담은 담쟁이·마삭·송악넝쿨을 심어 자연스럽게 지지대를 만드는 등 섬 주민들이 환경에 맞춰 고안한 지혜가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도·추도 돌담은 도서지역의 주거 문화와 생존 방식, 경관적 미학을 보여 주는 중요 자료로서 가치가 높아 국가등록문화재 제367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7개 섬 잇는 바닷길의 신비
사도는 여수 365개 섬 가운데 ‘여수10경’에 꼽힐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모래가 많아 ‘아이들이 모래를 묻히고 태어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일대에서는 음력 정월대보름과 2월 영등, 4월 말 등 연간 5~6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독특한 자연 현상이 나타난다. 고요한 섬 풍경 속에서 바다가 갈라지고 해저 지면이 드러나는 장면은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준다.
사도를 중심으로 간데섬(중도), 시루섬(증도), 진대섬(장사도), 나끝, 연목, 추도 등 7개 섬이 반달 모양으로 이어져 있으며 마을은 사도와 추도에만 형성돼 있다. 정월대보름 무렵에는 이들 섬을 잇는 약 3㎞의 바닷길이 열려 1억년 지질이 드러나는 해저 지형을 직접 걸어볼 수 있다.
특히 사도와 추도를 연결하는 구간은 길이 780m, 폭 15m의 넓은 해저가 모습을 드러내며 바닷길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점으로 꼽힌다.
◆지층이 들려주는 섬의 이야기
사도와 추도 일대는 중생대 퇴적암과 화산암이 뒤섞인 독특한 지질대로 섬을 따라 추도–사도 본섬–증도–중도–장사도–나끝–연목으로 이어지는 지형이 마치 야외 지질 교과서처럼 펼쳐진다. 이 일대에서는 35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을 비롯해 연흔·건열 등 다양한 퇴적 구조가 확인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추도에서는 1759점, 낭도 962점, 사도 755점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으며 특히 추도에서 이어지는 84m 길이의 보행렬은 ‘세계 최장 규모’로 평가된다.
공룡 화석은 조각류·수각류·용각류 등 다양한 공룡의 흔적을 남기고 있으며 조각류 발자국이 가장 많이 확인돼 연구·교육 현장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도에 들어서면 해안가에 세워진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이 먼저 시선을 끈다. 이어지는 공룡체험학습장에서는 이 지역에서 확인된 공룡 발자국을 모형으로 재현해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섬은 어디로 향해도 20분이면 해안에 닿고 2시간이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지질 경관이 펼쳐지는 밀도 높은 탐방지다. 사도 본섬의 파식대·해식애·고드름 암맥과 마그마성 암맥, 돌고드름을 비롯해 중도의 마린포트홀·나마·타포니, 용미암 암맥, 추도의 육계사주 등 다양한 지형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마치 중생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섬 곳곳에 자리한 거북바위·용미암·얼굴바위·멍석바위·고래바위 등 독특한 암석 군집은 가족 단위 탐방객에게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된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중도와 시루섬(증도)은 반나절 코스로도 충분히 탐방이 가능해 공룡 화석지 관람 동선을 넓혀준다.
사도 피서지는 사도마을 오른편에 자리하며 모래 언덕과 소나무 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하다. 길이 약 2㎞, 폭 50m의 백사장은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 적합하고 둘레길은 바다 전망과 소나무 그늘이 이어져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백야도선착장에서 약 50분, 낭도 선착장에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