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으로 5년 뒤 3만명 사망… “체계적 관리 시급”

국내 사용량 OECD 2위 의료기관 ASP 확대 추진

2025-11-20     김민희 기자
항생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이 늘면서 치료가 어려워지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5년 뒤 3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내성 확산을 억제할 방침이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31.8DID(Defined Daily Dose)로 집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5DID)의 1.6배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초기 방역 강화로 감염병 발생이 줄며 사용량이 감소했지만, 방역 완화 후 감염 환자가 증가하면서 항생제 처방도 다시 빠르게 늘어났다.

항생제 사용이 늘면 내성 위험도 함께 커진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건강지표평가연구소(IHME)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항생제 내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사람은 5820명, 내성 영향을 받아 사망한 ‘관련 사망자’는 2만 2700명으로 추정됐다. 고령 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2030년에는 관련 사망자가 3만 23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해 UN 정치 선언문이 제시한 글로벌 목표치(2만 200명)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내성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체계(ASP)’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각 의료기관이 전담팀을 구성해 항생제 처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의료진 교육을 실시하면, 질병청이 인프라 구축과 활동 내역을 평가해 비용을 지원한다. 현재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약 170개 중 46%인 78개소가 참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ASP의 효과는 입증됐다. 일본은 2018년부터 입원 환자와 소아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 적정 사용 가산 수가’를 도입했다. 이후 4년 동안 소아 외래 항생제 투약률이 약 20%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10년간 자체 관리 체계를 운영해 일부 항생제 사용량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내성 위험이 큰 종합병원급을 중심으로 ASP를 우선 확대하고, 이후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