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보상 인사’로 덮으려 하나
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법무부는 결원 충원과 조직 안정, 인적 쇄신을 이번 인사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을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요직에 앉히는 조치가 조직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오히려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보상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장동 사건은 7800억원대 범죄수익 환수를 가로막은 결정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사안이다.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인사를 “대장동 사건 덮기용”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으며,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 내부 반발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인물을 영전시키는 방식으로 사태를 봉합하려 한다면, 국민적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는 항소 포기가 ‘신중한 검토’의 결과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소 포기 사태 직후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항명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항소 포기 과정의 실제 결정을 둘러싸고 지휘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외부 또는 내부 영향이 있었는지조차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진상규명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 내부 갈등을 정권 논리로 밀어붙이려는 조치로 비칠 위험이 크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법무부 장·차관과 대검 간부 등 네 명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장차관 및 검사 직무 관련 비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만큼, 이번 사안도 회피할 이유가 없다. 출범 5년째를 맞은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회피한다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셈이다.
국민 여론도 이미 크게 기울어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응답은 48%로, ‘적절했다(29%)’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이 뚜렷해 대통령 지지율까지 끌어내렸다.
정부·여당이 항소 포기 외압 의혹과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한 채 인사 조치로 덮으려 시도한다면 여론의 역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흔들린 검찰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논란의 당사자를 중용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은 어떠한 정권의 이해관계 아래서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이번 인사로 제기된 의혹과 우려를 정부는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