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 국면에 터진 ‘검사장 18인 고발’… 민주 내부, 또 엇박자
李 순방 중 검사장 고발 파장 與지도부·법사위 시각차 노출 김병기 “협의 했어야” 불쾌감 원내 지도부 패싱 논란 재연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20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집단 반발한 검사들에 대한 대응을 두고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고발 주체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당·원내 지도부와 사전 교감 없이 이른바 ‘항명 검사장’들을 겨냥한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이재명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마다 반복돼 온 ‘당내 엇박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에서 검사장들을 고발한 건과 관련해선 원내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고,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관련된 논의 진행은 안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법사위 고발 건은 원내대표단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이번 조치가 지도부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독자 행동임을 시사했다. 이미 전날에도 “원내지도부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집단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조국혁신당 박은정,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여권 성향 위원들이 가세한 이번 고발은, 검찰이 미항소 결정을 둘러싸고 집단 성명을 낸 것을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제동을 거는 성격의 조치다. 이들은 회견에서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18명의 검사장을 경찰에 고발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 초강수 카드는 정작 당·원내 지도부와의 사전 논의 없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도부의 기본 기조는 분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중에는 순방 내용이나 성과에 대해서 국민들께 소상히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국정조사와 관련한 여야 협상도 같은 연장선에서 접근해 왔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아프리카·중동 순방 기간에는 외교 성과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추고, 국내 정치 현안은 최대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법사위의 강경 대응이 이 방향과 충돌했다는 불만이 읽힌다.
김병기 원내대표의 반응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얘기도 안 하고 자꾸 한다”며 “굉장히 민감한 얘기여서 협의를 통해 정교하게 해야 하는데, 협의도 없이 하면 어떻게 하나. 예민한 이야기는 정제돼서 올라가야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책임론도 시사했다. 검사장 고발이 초래할 정치적 파장을 두고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상임위 차원의 ‘돌출 행동’에 대해 일정 부분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안은 이 대통령 순방 때마다 반복돼 온 ‘국내 변수’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고위전략회의 후 “대통령님이 (순방) 나갈 때마다 꼭 여기서 이상한 얘기해서 성과가 묻히고, 이런 경우는 앞으로는 없으려고 한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던 시점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 의결을 강행해 논란을 자초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외교 무대에서의 메시지가 국내 정치 쟁점에 가려졌다는 내부 자성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위의 모든 의사 결정을 지도부에 보고하고 협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법 이슈는 파급력이 크고 민감한 만큼 지도부와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사법개혁 의제는 곧바로 정국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고강도 이슈인 만큼, 상임위 단위의 판단을 넘어 당 전체 전략과 연동해 움직였어야 했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번 고발이 향후 검찰·사법개혁 입법 드라이브와 맞물려 어떤 파급력을 낳을지다. 법사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법 왜곡죄, 판·검사 퇴임 후 수임 제한법, 이른바 변호사 개업 규제를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 등 민감한 법안을 상정해 심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 대해 원내지도부는 ‘좀 더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오늘 소위에 올라가는 법안은 아직 당 차원 수준으로 논의된 법안이 아니다”라며 “소위에서 논의하는 단계로, 중요 법안은 속도와 수위 등에 대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해 당분간 민주당 권력 구조의 긴장선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