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위원 “헌법존중 아닌 ‘헌법파괴’ TF… 인권위, 직권조사 해야”

인권위, 직권조사 두고 격한 내부 논쟁 김용원 “인권침해 TF” 강도 높은 비판 이숙진 “조사, 공적 지위 이용만 해당” 안창호 “직권조사, 신중히 검토하겠다”

2025-11-20     배서윤 기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용원 국가인권위위원회 상임위원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제2차 전원위원회에 참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5.02.10.

[천지일보=배서윤 기자]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에 대한 정부의 발언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TF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치권 공방에 이어 검열의 대상이 된 공직자 내·외부도 반발하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도 TF의 인권침해 가능성과 직권조사에 대한 입장 표명을 두고 격한 내부 논쟁이 벌어졌다.

20일 제28차 상임위원회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본 안건 상정에 앞서 “TF가 조사 과정에 공용 PC, 개인 휴대전화 등을 열람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이날 김 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중대한 인권침해 정책·행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시기적절한 때에 인권위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11시 이후 국무조정실에서 TF에 대한 공문이 인권위로 전달됐다. 그는 “18일자로 국무조정실에서 TF 추진 계획이 공문 형태로 각 정부 기관 및 국가 기관에 전달됐다”며 “보면 놀랄 만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은 “TF 추진은 12.3 비상계엄 등 내란에 직접 참여·협조한 것에 대한 내부 조사를 통해 주요 책임자를 인사 조치할 것 등을 목적으로 한다”며 “사전 모의 실행·은폐 등에 대해서는 ‘참여’, 일련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그 밖의 공적 참여 등을 ‘협조’로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비상계엄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모든 공직자가 해당될 수 있다”며 “비상계엄에 대해 찬성하거나 탄핵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 가진 공직자, 혹은 그밖에 어떤 형태로든 비상계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백하게 하지 않았던 사람은 모두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취지로 설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그 불이익은 징계적 인사 조치뿐 아니라 향후 인사혁신처가 인사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헌법 질서 하에서 허용될 수 있는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 방법에서도 작성 문서 열람을 비롯해, 개인 휴대전화의 제출을 유도하고 비협조적이면 대기발령, 직위해제 등이 진행된다”며 “사람의 사상·양심 등으로 분류 조사한다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권위법에 의하면 인권침해가 있다고 할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면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이에 김위원은 “공직자 개개인이 자기검열을 하고 위축 및 공포 느끼는 자체가 인권침해”라며 “현재 심각한 인권침해가 진행 중인 만큼 인권위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숙진 상임위원의 모습. ⓒ천지일보 2025.11.05.

이어 그는 안 위원장에게 “왜 당당하지 않나”며 “위원장은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명확한 입장을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숙진 상임위원은 “위원장이 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반문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안건 가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위원장과 김 위원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문서에는 사적 자리에서나 정치적 의견 갖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로 언급돼 있어 다수 공무원은 제외”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의 발언에 대해 김 위원은 “인권위법을 부정하는 기막힌 말”이라며 “인권위는 인권위원 합의제로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이 위원이 생각하기에 마땅치 않은 사람은 TF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발언은 인권위법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도 “전원위에서의 결정(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 가결)을 부정하는 것은 인권위법과 인권위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헌법존중 TF는 ‘헌법파괴’ TF”라고 비판하며 “위원장·상임·비상임위원 등 모두 직권조사에 대한 의견을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인권위에는 TF와 관련해 다수의 진정이 제기돼있다. 이에 대해 사무총장은 “김 위원이 말한 대로 진정 사건이 들어와 있으니, 필요하면 이에 대한 조사 의견을 표명하고 직권조사가 필요한지도 논의해야 결정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김 위원에 따르면 TF 공문에는 인권위,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자율적으로 (검열 관련) 조사 실시 여부를 판단하라고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