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내년 법인세 86조 전망… 불확실성은 여전
기재부 세수 변동 가능성 검토 3분기 기업실적 13조 4055억↑ 삼성·SK하닉 영업익 증가 영향 예정처 “법인세 87.5조 전망”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 실적 호조로 내년 법인세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된 주요 기관 경제전망과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토대로 내년 세수 변동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말 정부는 국세 수입 예산안을 통해 내년 법인세가 86조 5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보다 3조원(3.6%)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감안한 것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 14일까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39개사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73조 204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조 4055억원(22.4%)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조 9827억원(32.5%), 4조 3534억원(61.9%) 늘어 전체 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내년 법인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2026년 경제전망 : 혁신의 채찍효과’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 반도체의 재고 대비 출하(매출) 비율은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로 내년 정부 법인세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향후 판매단가를 높이거나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재고 대비 출하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높은 수준을 감안할 때 반도체 수출 증가율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한국은 상당 기간 GDP가 잠재 GDP를 하회했으나, 재정지출은 정상화된 가운데 반도체 및 AI 관련 인프라 수출이 증가했다”며 “미국보다 늦었지만 비슷한 흐름으로 한국 아웃풋 갭의 마이너스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요 세목의 고른 증가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내년 법인세 수입이 87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전망보다 1조원 높게 잡은 것이다.
예정처는 지난 17일 발간한 예산 춘추 보고서에서 내년도 국세 수입이 396조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372조 3000억원)보다 23조 8000억원(6.4%) 증가한 규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세 수입 예산안(390조 2000억원)보다도 5조 9000억원 더 많은 수치다.
예정처는 내년도 국세수입은 근로소득 증가·기업 실적 개선·민간소비 회복·세제개편 효과 등이 결합해 주요 세목이 모두 증가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득세와 법인세가 전체 세수 전망을 견인하며, 부가세와 증권거래세도 각각 소비·제도효과를 통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법인세는 올해 법인 영업실적의 개선세의 영향으로 87조 5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전망치(83조 9000억원)보다 3조 6000억원(4.3%) 증가한 규모이자, 정부 예산안(86조 5000억원)보다도 9000억원(1.1%)가량 많은 수치다.
예정처는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늘고 있으며 실적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AI 거품론으로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반도체 사이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AI 사이클이 꺾이면 한국은 반도체 기업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시차를 두고 정부 재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구조조정에 들어간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은 실적이 좋지 않기도 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법인세율 1%p 인상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될 경우 세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예정처는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내년 세수 증가 효과를 7000억원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