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좌초 여객선, 9시간여 만에 목포항 입항
변침 지연 등 운항 과실 조사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무인도)에 좌초했던 2만 6000t급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사고 발생 약 9시간여 만에 목포항으로 무사히 입항했다. 목포해경은 선내 기록과 영상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일 목포해경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16분께 제주를 출발해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탑승한 퀸제누비아2호가 장산도 남방 족도에 좌초했다. 섬 가장자리 위로 선체 일부가 올라탄 형태였으나 파공이나 누수는 발생하지 않아 예인 작업 후 자력 이동이 가능했다.
선사에서 동원한 예인선 4척은 만조 시간에 맞춰 선미를 당겨 선체를 빼냈고, 승무원 21명은 선내에 남아 상황을 수습했다. 이후 자체 동력으로 항해를 재개한 여객선은 사고 발생 9시간 27분 만인 20일 오전 5시 44분께 목포시 삼학부두에 안전하게 들어왔다.
승객 전원은 해경 함정으로 이송됐으며, 일부는 좌초 충격으로 경미한 통증이나 신경쇠약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항 후 해경은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조사 초기부터 변침 시기를 놓친 운항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목포해경은 “배가 변침을 뒤늦게 해 평소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도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해역은 연안 여객선의 항로가 집중된 협수로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구간이다. 사고 당시 파도 높이는 약 0.5m로 잔잔했으며 승무원들의 음주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초 신고와 관련해서도 해경은 대응 적절성을 살펴보고 있다. 선박교통관제센터(VTS)에는 8시 16분께 1등 항해사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119상황실에 가장 먼저 알린 사람은 승객으로 확인됐다.
퀸제누비아2호는 2021년 ‘비욘드트러스트호’로 취역했고, 현재 목포∼제주 항로를 하루 두 차례 운항하고 있다. 인천∼제주 운항 시절에도 엔진 계통 문제로 운항 차질을 겪은 바 있으나 인명피해가 발생한 해상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