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교수 “수능 국어 17번, 정답 존재하지 않아”

2025-11-19     김민희 기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천지일보 2025.11.13.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 17번 문항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대학교수가 직접 문제를 풀어본 뒤 내놓은 해석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이충형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17번 문항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담은 지문을 읽고 ‘갑’의 주장에 부합하는 반응을 고르는 유형이었다. 지문은 두뇌 활동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의식을 복제한 경우를 가정한 뒤 본래의 의식과 복제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의 견해를 제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문항의 정답을 ‘3번’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분석은 정반대였다. 그는 갑의 견해가 옳기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문 첫머리에 제시된 ‘칸트 이전 견해’에 따르면 인격의 동일성은 ‘생각하는 나’로 불리는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 속에 지속된다는 사실에 의해 설명된다. 이 교수는 복제된 의식은 ‘단일한 주관’ 요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 (출처: 연합뉴스)

특히 그는 지문 이해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논증 방식인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갑은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영혼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아서 ‘생각하는 나’와 ‘영혼’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며 “이 둘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라는 표현인데 지문과 보기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이용해 수정란과 초기 배아의 지위를 다룬 논문으로, 국제 철학계에서 권위를 갖는 철학자 연감(The Philosopher’s Annual)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