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된 세계 AI 플랫폼… “소수 기업 의존 위험성 드러나”

클라우드플레어 3시간 장애 챗GPT·엑스 등 전면 중단 한 업체에 인터넷 20% 의존 온라인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

2025-11-19     이솜 기자
ⓒ천지일보 2025.11.19.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 세계 주요 인터넷 서비스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웹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의 장애로 일제히 멈추며 인공지능(AI) 시대 ‘초연결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이트 접속 불능 현상은 3시간가량 이어졌다. 엑스(X, 옛 트위터)와 챗GPT 등 트래픽이 집중된 플랫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번 사태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업체의 장애가 연이어 발생한 후 단 한 달 만에 터진 것으로 전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인터넷 인프라의 신뢰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번 장애는 클라우드플레어가 이날 오후 8시 20분경(한국시간) 비정상적 트래픽을 감지하면서 시작됐다. 서비스는 8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오류를 내기 시작했고 오후 11시 30분까지 간헐적 장애가 이어졌다.

주요 웹사이트의 장애를 모니터링하는 다운디텍터는 최대 1만 1000건 이상 오류 신고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미국 뉴저지 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디지털 서비스까지 지연되거나 접속이 차단됐다.

피해 규모는 방대했다. 엑스, 챗GPT, 스포티파이, 우버, 캔바, 그라인더 등 글로벌 플랫폼이 줄줄이 멈췄다. 홈디포는 분기 실적 발표 웹페이지 접속이 막혀 투자자 청취가 차단되는 사건까지 겪었다. 프랑스 국영철도는 “일부 정보와 열차 일정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용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시 비상관리국도 “시 정부 서비스 일부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 처리 시스템도 마비됐다. 회계·급여 소프트웨어 기업 세이지, 대형 도박 플랫폼 bet365,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모두 같은 시간대에 접속 장애를 겪었다. 유튜브와 구글 서비스에서도 오류 신고가 급증했다. 일부 사용자는 잠시 접속이 가능했다가 다시 접속이 끊기는 반복 오류 현상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의 거래소 위에 Cloudflare 로고가 표시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 많은 장애, 복구 더 오래 걸려”

클라우드플레어는 왜 이렇게 많은 사이트에 영향을 미치는가. 로이터에 따르면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는 전 세계 웹 트래픽의 약 5분의 1을 처리한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앨런 우드워드 서리대 교수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클라우드플레어를 “당신이 들어본 적이 없는 가장 큰 회사”라고 부르며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사이트로 향하는 트래픽을 감시하고 봇 공격을 차단하고 사용자가 ‘사람인지’ 확인하는 모든 과정을 중간에서 처리하는 문지기라는 설명이다.

미국 노트르담대 정보기술 교수 마이크 채플도 AP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기와 웹사이트가 직접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기업이 그 중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의 웹사이트가 클라우드플레어를 통해 콘텐츠를 전달받기 때문에 그곳에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의 5분의 1이 동시에 멈춘다”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실패할 때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번 장애의 원인은 내부 소프트웨어 충돌이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성명에서 “위협 트래픽을 관리하기 위해 자동 생성되는 구성 파일이 예상 크기를 넘어서면서 여러 서비스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충돌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회사는 “명확히 말하자면 공격이나 악의적 활동의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플레어 피해는 주식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투자 설명자료에 따르면 클라우드플레어 주가는 18일 약 2~3% 하락했고 최근 일주일간 15~17%가량 떨어졌다. 장전 거래에서는 약 1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인터넷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전 세계 경제의 대부분이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인프라가 소수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돼 ‘의존성 사슬’을 형성했다는 경고다.

우드워드는 “우리는 인터넷 인프라가 소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 이 세 공급자는 디지털 세계 기반 인프라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인터넷 서비스 공급의 더 큰 다양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제이컵 본 연구원의 평가를 인용해 “장애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복구에 더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그는 “AI 트래픽 증가, 스트리밍 수요 확대, 노후화된 인프라가 시스템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