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어르신 놀이터 확산… 편차·예산의 벽 과제
초고령사회 대비한 복지 실험 생활밀착형 공간에 긍정 반응 만족도·효과 검증 체계 필요 지역별 편차 커 맞춤해법 요구
[천지일보 서울=송연숙 기자] 서울시가 조성 중인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복지 인프라로 확산하고 있다. 단순 운동기구를 넘어 건강 관리와 교류, 정서적 안정까지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편차와 예산·운영 지속성 등 현실적 한계도 뚜렷해 서울형 모델이 안정적인 생활복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검증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생활권 기반 어르신 맞춤 복지공간
서울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올해까지 25개 자치구에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를 1곳씩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2년 구로구에 첫 시설을 연 뒤 현재 13곳을 운영 중이다. 연말까지 20개소, 내년까지 25개소를 완비할 계획이다. 이는 경로당·복지관 중심의 실내 정적 프로그램을 넘어 생활권 가까이에서 걷고 움직이며 이웃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야외형 복지 모델을 확충하기 위한 전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외롭지 않은 노후가 더 중요해졌다”며 일상에서 접근 가능한 소규모 운동·교류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조성된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는 일반 공원의 운동기구와는 달리 노년기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한 균형·유연성·근력·관절 건강 회복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손가락·손목 강화 장비와 계단 오르기, 회전 운동 등 일상동작을 재현하는 기구들이 중심을 이루며 전 구간에는 휠체어나 보행보조기 이용자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애(Barrier-Free) 설계를 적용했다. 또한 10단계 운동순서 안내판, 기구별 QR코드 영상, 동선 안내 화살표 등 명확한 안내 시스템을 구축해 고령자가 스스로 운동 루틴을 익힐 수 있도록 편의를 강화했다. 서울시는 총 77종의 시설 유형과 조성 기준을 담은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자치구가 지역 구조·접근성·인구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울감 감소·사회관계 회복 효과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어르신 놀이터 이용자의 9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접근성이 좋고 이웃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 연령대에 맞춘 운동기구 구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실제 양천구 장수공원은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기구 사용법 안내판과 QR코드 영상이 잘 갖춰져 있어 이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한길(70대)씨는 “집에만 있을 때보다 훨씬 활기가 생기고 사람을 만나니 하루가 덜 외롭다”고 말했다.
강서구 안골어린이공원도 노인정과 주택가가 가까워 접근성이 높고 어린이공원과 결합되면서 가족 단위 방문이 잦은 사례로 꼽힌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운동이 목적이 아니라 와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게 된다”며 교류 공간으로서의 장점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변화가 우울감·고립감 완화, 일상 속 관계 회복, 정서적 안정 등 다방면의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신체 활동뿐 아니라 사회적 참여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노년기 건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속성·세대교류 남은 과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과 유지관리의 지속성이다. 기구 점검과 관리는 각 구청이 상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설 노후화와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만족도 조사 역시 표본 규모와 조사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이용률과 체감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일부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률이 낮고 주민 호응도가 들쑥날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제시한 ‘세대 통합형 여가 플랫폼’으로의 확장 비전도 현실적 과제가 많다.
세대 간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어린이·청년·어르신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 설계와 프로그램 운영이 병행돼야 하지만 현재는 어르신 중심 시설에 머물러 자연스러운 세대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맞춤형 복지모델로서의 가치가 큰 만큼 제도적 기반과 지역 맞춤형 운영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영준(가명) 사회복지학 교수는 “야외형 복지공간은 노년기 신체·정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예산·인력·지역 특성 반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현(가명) 도시계획 연구원도 “세대 통합형 공간으로 발전하려면 단순한 기구 설치를 넘어 프로그램 운영과 커뮤니티 활성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어르신 놀이터를 단순한 운동시설이 아닌 생활에 활력을 더하고 소통을 확장하는 생활밀착형 복지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위해 다각적인 어르신 정책을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