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공직사회를 죄인 취급하는 ‘내란 TF’ 국가 시스템 흔든다

2025-11-18     천지일보

49개 중앙부처 공무원 전원을 상대로 12.3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정부의 ‘헌법존중정부혁신 TF’는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극복도, 적극행정 장려도 해야 할 일”이라며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 설마 벌만 주든가 상만 줘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라며 TF를 두둔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헌법 존중’이 아니라 행정부에 의한 무리한 대규모 검열에 가까워 보인다.

불법 계엄에 가담한 책임자에게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책임은 계엄을 기획·지시한 권력 핵심부 등 소수 인물로 한정돼야 한다.

당시 계엄 발표를 언론으로 접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던 평범한 공무원들까지 끌어다 “가담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집단적 마녀사냥에 불과하다.

조사 방식도 문제다. 정부는 ‘내란 제보센터’를 만들어 친정부 성향 민간 인사들이 조사 기준을 세우며, 공무원 휴대전화 10개월치를 제출받겠다고 한다.

자발적이라지만 제출 거부자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이는 수사권도 없는 행정부가 공직사회를 ‘잠재적 내란공범’으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자행하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수사·징계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기록조차 인사혁신처에 영구 보관하겠다는 방침은 사실상 ‘내란 연루 의심자 블랙리스트’의 공식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헌법이 금지하는 정치적 차별이며 공직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전형적인 권력 남용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때도 무리한 조사로 공직사회 기능이 마비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19개 부처·기관이었고, 지금은 49개 전 부처다. 국가 행정의 모든 골격을 TF로 둘러싸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비정상이다. 벌써 부처 곳곳에서 투서가 난무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유세에서 “구박받던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또 며느리를 구박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반대했던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벌어지는 모습은 그 약속과는 정반대다. 공직사회를 압박하고, 권력에 비판적인 움직임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헌법 존중을 말하려면 먼저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 분립, 적법 절차, 기본권 보호를 지켜야 한다. TF가 이 원칙을 무너뜨리는 순간, 헌법을 위한다는 명분은 공허해지고 국가는 위험해진다.

정부는 공직사회를 협박하는 전면조사와 블랙리스트 위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복과 색출이 아니라, 위축된 공무원 조직을 안정시키고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