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검사장 ‘평검사 전보’ 검토 논란
해명 요구, 집단 항명으로 비화 관례 깬 대규모 인사 조처 우려 ‘연판장’ 감찰·징계 착수도 검토 ‘정치적 징계’ 비판 여론 고조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며 해명을 요구한 검사장들에 대해 법무부가 평검사 보직 인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해당 조치를 ‘보직 변경’일 뿐 징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사실상 ‘입막음을 위한 직급 강등’으로 받아들이며 인사 조처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검사장 직급의 법적 성격, 검찰 내 인사 관례, 정부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까지 얽히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한 검사장 18명을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급) 보직이 아닌 평검사급 보직으로 인사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조처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검사장 보직에 대한 법적 지위와 검찰 내 인사 관례 때문이다.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 두 종류로만 나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검사장·고검장급을 대검검사급, 부장·차장검사급을 고검검사급으로 구분해왔다. 검찰 인사 관례상 검사장급으로 한 번 승진한 인사는 이후에도 대검검사급 보직을 계속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좌천성 인사라 하더라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동일 직급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검사장급 인사가 평검사급 보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해당 인사 관례가 강제력 있는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이번 조처를 단순한 ‘보직 변경’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도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기 위한 자격 요건을 명시할 뿐 반드시 그 보직만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2007년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급)이 로비 사건 연루 후 평검사로 전보된 사례에서 법원은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며 평검사로의 전보 역시 직급 강등이 아닌 보직 변경”이라는 취지로 판단해 법무부의 인사 재량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조처를 단순한 ‘보직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가 검사장 18명을 한꺼번에 평검사급 보직으로 내리는 ‘전례 없는’ 규모의 인사라는 점에서 이는 명백히 관례를 무시한 사실상의 징계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검사장들의 해명 요구는 검찰 내부에서 민감한 사건에 대한 의견 교환의 일환으로 ‘집단 항명’이나 ‘단체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사들의 입장문은 지휘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해 경위 설명을 요청한 것일 뿐”이라며 “이마저도 항명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결국 지시만 따르라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양홍석 변호사 등은 내부 설명 요구를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결국 ‘입을 다물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이는 검찰권의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질적으로는 직급 강등에 해당하는 이번 조처가 파면급 사안도 아닌 상황에서 내려진 것은 ‘징계 수준의 불균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욱이 법무부의 현 해석은 앞서 입법예고한 개정령안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법무부가 검사장급 이상 검사의 다른 직위 임용을 위해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인정했던 과거의 입장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법무부는 지난 9월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령안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2년 이상 재직한 검사장급 이상 검사를 검사장급 외 직위에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과거 조치는 당시 법무부 역시 검사장급 검사를 다른 직위로 임용하려면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는 성명에 참여한 검사들에 대한 징계 및 감찰 착수도 검토 중이다. 경위 설명 촉구를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닌 ‘연판장’ 형식의 단체행동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공무원법상 금지된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내부망 및 언론을 통한 의사결정 공개 행위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수사 및 징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편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린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은 퇴임사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며 징계 논의 자체의 부당함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