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Q’가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연극 ‘아Q정전’의 귀환

2025-11-17     백은영 기자

하이브리드 인형·신체극으로 재해석된 루쉰의 문제작

2025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까지 겨누는 묵직한 풍자

루쉰의 ‘아Q정전’, 대학로극장 쿼드서 27~30일 공연

소설 ‘아Q정전’은 현대 중국 문학을 상징하는 루쉰(본명은 주수인. 1881~1936)의 대표작이다. 아큐라는 인물은 신해혁명 당시 몽매한 민중과 관습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대국 의식의 허상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제공: 공연창작소 숨) ⓒ천지일보 2025.11.17.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비루함과 자기기만을 통렬하게 드러낸 루쉰의 대표작 ‘아Q정전’이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공연창작소 숨이 제작한 이번 작품은 2025 공연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27~30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관객을 만난다. 러닝타임은 약 90분.

2023년 초연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이 작품은 하이브리드 인형과 배우의 신체 연기를 결합한 독창적 형식으로 아Q라는 인물을 무대 위에 소환한다. 연출 정욱현과 각색 이주영은 초연보다 더욱 밀도 있는 구성과 인형의 활용을 강화해 관객이 시대의 균열 속에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더욱 생생하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극은 중국 신해혁명기를 배경으로 농촌 하층민 아Q가 겪는 굴욕과 패배, 허세와 ‘정신승리법’을 통해 시대의 민낯을 고발한다. 그러나 작품은 단순한 소설 재현을 넘어 2025년의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로 기능하도록 재구성됐다.

제작진은 “아큐는 비난받아 마땅한 패배자가 아니라 시대에 휩쓸린 나약한 인간이며 오늘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밝힌다.

특히 인형과 배우가 결합된 형태의 아Q는 ‘온전하지도, 완전히 해체되지도 않은 현대인’을 상징한다. 이는 사회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조종하고 조종당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후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맡았다.

줄거리 역시 고전의 뼈대를 유지하되 현대적 감각으로 다듬었다. 마을에서 멸시받으며 허세로 버티는 날품팔이 아Q는 혁명의 기세에 편승해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총살당한 것이 곧 그가 나빴다는 증거’라는 민중의 조롱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의 이름 ‘아(阿)’는 친근함의 접두어, ‘Q’는 변발의 형상이자 ‘Question(알 수 없음)’을 상징하며 정체성조차 불분명한 인간의 내면을 은유한다.

이번 공연은 민일홍, 전신영, 윤지홍, 김산, 박민석, 유은주, 서율, 남유리, 박민정 등 배우들이 출연해 아Q의 비극과 시대의 충돌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현실과 허구, 인간과 인형의 경계가 해체되는 무대. ‘아Q정전’은 우리 안의 아큐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공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