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내 투자’ 위축 우려에… 재계 “수백조 투자·대규모 채용”

2025-11-16     김민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5.11.16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초청해 한미 관세협상 이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재계는 대미(對美)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동시에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먼저 한미 간 관세협상 경과를 짚으며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협상 결과와 별개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언급하며 “일부 걱정되는 측면들이 있다.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재계에 국내 투자 확대를 거듭 당부했다.

첫 번째로 발언에 나선 이재용 회장은 국내 투자 위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으로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며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년간 6만명 신규 채용과 R&D·설비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공격적인 국내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내 투자와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뒤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예로 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도 “매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향후) 매년 1만 4000∼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6 (출처: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향후 투자 규모를 대폭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력 채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나아가 올해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한 수출량 확대도 약속했다. 국내 생산기지와 수출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끌어올려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한미 협상 과정에서 부각된 조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여승주 부회장은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 조선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도 된다”고 강조했다.

여 부회장은 이어 “대미 투자 외에도 국내에서 조선·방산 분야에만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 진출과 별개로 국내 조선·방산 생태계에도 굵직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에너지·조선 등 그룹 주력 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기계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세부 계획도 함께 전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벤처·스타트업과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스타트업들과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1조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