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3500억 달러 MOU 체결… 초대형 투자 협력 본격화(종합)

김정관 “대미 수출 개선·경제 불확실성 완화될 것” 조선·반도체·AI 중심… 한미 전략투자 밑그림 완성 관세소급 적용 합의… 자동차·부품 관세 즉시 인하

2025-11-14     이재빈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한국과 미국이 총 3500억 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협력을 공식화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양국이 관세협상에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투자 협력의 구체적 구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날 브리핑에서 김 장관은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운용 방식과 세부 구조에 대한 합의를 토대로 MOU에 서명했다”며 “이번 협력은 양국의 경제·산업·안보 연계를 한 단계 확장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투자 3500억 달러는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사업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해운·금융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2000억 달러 투자는 미국 대통령이 ‘투자위원회(Investment Committee)’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게 된다. 다만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미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투자만 추천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란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며 “투자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투자 분야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AI·양자컴퓨팅 등 양국 경제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 집중된다.

프로젝트 선정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인 2029년 1월까지 완료해야 한다.

한국이 투자대상 통보를 받은 뒤 실제 자금은 최소 45영업일이 지난 날 납입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 몫의 이자를 대신 수취하거나, 관세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투자 이행 준수’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0억 달러 투자금은 연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자금요청(capital call)’ 방식으로 분할 납입된다. 한국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납입 시기나 규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미국은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연방 토지 임대 ▲전력·용수 공급 ▲구매계약 주선 ▲규제 절차 가속화 등 행정 지원에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투자 구조의 핵심은 ‘우산형(엄브렐러) 특수목적법인(SPV)’이다. 미국은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투자 SPV’를 설립하고, 개별 사업마다 별도의 ‘프로젝트 SPV’를 만든다.

김 장관은 “개별 프로젝트 수익은 프로젝트 SPV가 가져가고, 투자 SPV는 전체 수익을 모아 한국 측이 투입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이라며 “특정 프로젝트 손실을 다른 성공 프로젝트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위험을 통합 관리해 투자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구조다.

관세 인하 발효 시점도 조정됐다.

자동차·부품 관세는 이번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소급 적용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김 장관은 “전략적 투자 MOU와 관세 인하 조치로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장치를 도입해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으며, 외환시장 부담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했다”며 이번 합의의 경제적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