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척 슈머도 아니다… 美셧다운 끝낸 ‘이것’

협상 나선 민주 중도파 의원들 공화 원내대표 만나 합의 찾아 민주 지도부 ‘도박’ 실패 평가

2025-11-13     이솜 기자
공화당 존 튠 상원 원내대표.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 역사상 최장기 셧다운 종료의 분수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아니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원이 하루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 대부분이 복도를 떠난 뒤, 민주당에서 이탈한 소수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 한 명이 눈에 띄지 않게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셧다운이 한 달에 가까워지며 연방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식량 지원 프로그램이 자금난에 빠지자 이들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밤, 이들은 정부 재가동을 논의하기 위해 튠 원내대표와 마주 앉았다. 협상에 참여한 한 인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동을 이끈 인물 중 한 명은 민주당과 함께 의회에서 활동하는 무소속 메인주 의원 앵거스 킹이었다.

이 회동은 여러 차례 진행된 비공개 협상 가운데 하나였으며 킹 의원과 다른 중도 성향 인사들이 요청한 자리였다. 참석자는 전직 주지사 출신인 민주당 진 샤힌(뉴햄프셔), 매기 핫산(뉴햄프셔) 상원의원이었고 공화당 측에서는 튠 원내대표와 존 호벤(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이 참여했다. 호벤 의원 역시 전직 주지사이자 강력한 예산위원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이 그룹은 슈머 원내대표에게 이번 논의를 알렸지만 그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슈머 원내대표는 셧다운을 더 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 믿었고 민주당이 셧다운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운 ‘만료 예정 ACA 건강보험 보조금 문제’에서 더 유리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출처: 뉴시스)

그러나 중도파와 공화당의 협상은 오히려 민주당 내부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협상이 낳은 합의안은 셧다운을 끝낼 수 있었으나 슈머 원내대표가 자신의 의석을 충분히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도박’이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셧다운 기간 내내, 상원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인물이었던 슈머 원내대표는 한 발 떨어진 채, 일부 의원들이 공화당과 대화를 나누도록 내버려뒀다. 결국 합의안은 내년 1월 30일까지 정부 예산을 연장하고 식량 지원 같은 일부 프로그램은 1년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결과는 진보 진영과 당내 활동가들을 강하게 분노하게 했다.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이유였다.

민주당의 가장 큰 불만은 만료될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튠 원내대표와의 협상에서 중도 성향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보장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12월 중순 전 보조금에 대한 표결을 약속했지만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샤힌 의원은 튠 원내대표를 직접 마주 보고 이야기한 것이 그의 약속을 신뢰하게 만든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WSJ에 1월 말에 예산이 다시 만료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또다시 셧다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것도 우리 모두가 고려할 선택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