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법무부 외압 진실 공방

정성호 “신중판단 의견만” 노만석-이진수 통화 논란 “‘항소 포기’ 선택지 제시”

2025-11-12     홍보영 기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5.11.10.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법무부 외압’ 의혹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히 판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외압설을 부인했지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 대검 차장검사)이 검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법무부 차관에게 항소 포기 선택지를 제시받았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이던 지난 7일 밤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이후 수사팀 내부에서 “윗선의 부당한 개입으로 항소를 막았다”는 불만이 제기됐고, 법무부 장·차관의 반대가 있었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노 대행은 지난 9일 “중요 사건의 경우 통상 법무부 의견을 참고한다”면서도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아래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정 장관도 다음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검으로부터)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결국 ‘외압 자백’과 다를 바 없다”며 정 장관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노 대행이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리기 전 이진수(연수원 29기) 법무부 차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 내용은 사실상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는 또 “이 차관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까지 언급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법무부 차원의 강한 압박이 있었다는 뉘앙스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검찰총장 대행으로서 내린 결정”이라는 기존 해명과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 대행은 평검사들로 구성된 검찰연구관들과의 면담에서도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 검찰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다”, “나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반면 이진수 차관은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비공개 회의에서 “노만석 차장과 통화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제가 (노 대행에게) 선택지를 제시할 수도 없고, 보완수사권과 이 사건을 연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아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건 사전 조율과 협의이지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 역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 대행에게 장관의 지휘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항소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묻자 “그런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일선에서 (법무부 의견을) ‘지휘’로 받아들였다면 서면으로 지휘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라며 수사지휘권 행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의 항소 여부에 직접 의견을 전달했다면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시각과, 통상적인 협의 절차일 뿐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라는 반론이 맞선다.

한편 노 대행은 대장동 항소 포기 후 내부 반발과 사퇴 요구가 커지자 전날 하루 연차를 내고 거취를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근길에서도 ‘용퇴 압박’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넉 달째 대행 체제를 이끌어온 노 대행이 물러나면,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접어들게 된다.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뇌부의 공백 사태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문성우 대검 차장이 대행을 맡았고, 그마저 퇴임한 뒤엔 한명관 당시 기조부장이 직무대행을 이어받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기조 속에서 노 대행이 사퇴할 경우 조직 혼란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내부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그가 자리를 지킨다 해도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비관적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