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교인들이 원하는 건 변화입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국내 종교계가 한국 사회 전반의 무신론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변화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현재 500~600만명 수준인 교회 출석 인원이 이대로라면 200만명 이하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목회 방식 등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공개된 국내 개신교 여론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의 인식 조사 결과, 목회자들은 교회의 혁신이나 변화보다 교인 돌봄과 상담, 소통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목회자 6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교인 돌봄, 상담, 소통’이라는 응답이 2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설교를 더 잘하는 것’과 ‘젊은 층 전도(각 16%)’, ‘목회자로서의 언행일치의 삶(15%)’, ‘성도 교육 강화(12%)’ 순이었다. 반면 ‘교회의 혁신·변화’를 꼽은 목회자는 4%에 그쳤다.
주요 교단 교인 수가 매년 급감하는 상황에서 교회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목회 현장의 목회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변화를 요구하는 교인들의 목소리와 정반대의 인식이다. 목데연이 지난달 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청빙 실태와 교인 인식 조사’에서 교인들은 ‘교회의 전통 계승·발전(23%)’보다 ‘새로운 변화·발전(69%)’을 이끌 목회자를 3배 가까이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교인들은 교회의 혁신을 갈망하지만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오인하고 있는 심각한 인식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교계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교회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이후 교회 출석 교인 수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30·40세대 교회 이탈, 신앙 질 추락 등 목회 전반에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부교역자들이 사역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목데연 지용근 소장은 그 원인을 교회의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찾았다. 지 소장은 과거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들은 적은 월급과 당회장 목사, 장로들의 갑질에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사양산업에 인재가 들어오지 않고 빠져나가듯, 전도사와 젊은 목사가 교회로 가지 않아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목회자들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수십년 후 교회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이 같은 위기감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열린 국민일보목회자포럼에서 제기됐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은 2070년이 되면 한국사회가 무신론 국가가 된다는 예측”이라며 “이런 시대가 시작되면 기독교인은 200만명 아래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AI 확산으로 무신론이 더욱 퍼지는 문제가 심각한데, 한국교회가 이런 위기 요인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영적인 답’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주 서문교회 박명룡 목사는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67%가 무신론자로 과반을 넘지만 또 동시에 한국이 동아시아 5개국 중 명상과 점 등에 의존하는 이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영적 갈증의 분명한 증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이 신앙에 의구심을 갖는 건 결국 기독교 교육의 실패로 볼 수 있다”며 “예수가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이라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