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칼럼]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케이팝 수상 가능성은

2025-11-11     천지일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를 보면 당연히 케이팝의 최초 기록들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로제의 ‘아파트(A.P.T.)’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그리고 ‘베스트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 9월 이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s)’에서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받았기 때문에 그래미에서도 기대감을 갖게 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45주간 차트인해서 케이팝 최고 기록을 보여줬으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곡 ‘골든(GOLDEN)’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케데헌의 ‘골든’은 ‘올해의 노래’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 등에 올랐다. 빌보드에서만 통산 8주,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는 9주 1위를 차지한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노릇이었다. 두 곡이 더욱 각별한 것은 본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미 자체가 최고 권위를 지니지만 가장 높이 꼽는 상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베스트 신인, 올해의 작곡가, 올해의 프로듀서 상이다. 이 가운데 특히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가장 중요한 상으로 여겨지는 4개의 부문을 말하는데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신인상(Best New Artist)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 로제의 ‘아파트’와 케데헌의 ‘골든’이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오른 것은 크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제너럴 필즈에 신인상 후보에는 케이팝 걸그룹 캣츠아이가 올라 눈길을 끌었다. 천하의 방탄소년단도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3번 올랐고 본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물론 수상은 하지 못했다. 더구나 캣츠아이는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므로 이번에 로제의 ‘아파트’, 케데헌의 ‘골든’,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Gabriela)’가 트로피를 두고 다툼을 벌이게 됐다. 케이팝끼리 경쟁을 벌이게 되는 이채로운 상황이 됐고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고군분투해야 했고 케이팝 팬들은 상심이 컸다. 

무엇보다 여성 아티스트의 약진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로제의 ‘아파트’와 케데헌의 ‘골든’ 그리고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는 모두 여성 보컬곡이다. 그동안 남성 보이그룹에만 집중돼 있던 케이팝의 입지와 위상이 달라진 점을 생각하게 한다. 케데헌 사자보이즈의 ‘소다팝’이 처음에 먼저 차트인 했지만 이후에 헌트릭스의 ‘골든’이 싱글 차트 1위에서 롱런을 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래미 어워즈는 현업 종사자들의 투표가 특징이자 정체성인데 올해 들어 변화가 있었다. 그래미 어워즈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올해 신규 회원 3800명을 받았는데 신규 회원 가운데 39세 이하가 50% 정도이고 58% 유색인 그리고 35%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케이팝에 상당히 유리한 점이다. 케이팝은 젊은 세대일수록 친숙하게 느끼며 팬일 가능성이 크다. 케이팝에 대해서 유색인종은 더욱 말할 것도 없으며 여성들이 더 팬덤의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이미 이러한 회원 변화의 흐름은 어느 때보다 케이팝의 그래미 수상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올해의 노래를 받는가, 받지 않는가에 있을 뿐이다.

다만 반갑기도 하면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번에 로제, 케데헌, 캣츠아이는 한미컬래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연의 확장이라는 점도 있지만 미국 중심부 진출을 위한 중요한 특성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외국 그룹이 상을 받는다면 생경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수와 다른 나라 가수가 공조를 했거나 작품의 OST 영어와 한국어의 혼용곡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는 수상이 수용될 것이다. 캣츠아이도 한미합작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현지인들이 케이팝 스타일로 활동을 받아들일 수 있다.

케이팝은 마니아 단계에서 얼리 어답터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해 보인다.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여러모로 그래미 수상 가능성은 큰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 해야 할 일은 케이팝다움에 대해서 정립을 하고 심화시키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