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 붕괴 초읽기… AI·탄소중립·공급망 삼중고 직격

“규제 200개 넘어” 현장 비명 “AI 도입, 단기 지원이 문제” 전기요금 피크제 1년 내내 폭탄

2025-11-11     양효선 기자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 제조업 전환 전략: 위기에서 혁신으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 AI 대전환 속 중소 제조업의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중소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압박, AI 대전환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20년간 이어진 제조업 위기론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연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이 제조업 생존을 결정짓는다며 정부의 전방위 지원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여의도 본회에서 ‘중소 제조업 전환 전략: 위기에서 혁신으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기웅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20년 이상 제조업 위기를 얘기해왔지만, 지금이야말로 위기이자 기회의 변곡점”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방향성을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오윤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위기’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라며 “향후 10년간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은 대·중소기업이 함께 축적해온 산업 공유지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지켜내는가”라고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첨단 제조혁신을 위해 현장개선 중심의 첨단화,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공동 인프라, AI·로봇 등 기술도입의 지속성 확보, 혁신투자와 신용성의 연계 등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평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표면처리 업계가 마주한 국내 환경·안전 관련 규제가 200개를 훨씬 넘는다”며 “업종별 공동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용환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산업구조 전환과 탈탄소 요구로 원가 압박이 심해졌다”며 “전력 다소비 업종을 대상으로 한 전력비 보조 및 차등 요금체계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 제조업 전환 전략 위기에서 혁신으로’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안전 규제, 전기요금 부담, AI 기술 내재화 지원 부족 등 중소 제조업 현장의 애로사항이 집중 논의됐다.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AI 도입과 관련해서는 정부 지원의 한계가 지적됐다. 곽지훈 에이아이네이션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이 단기 실증 위주로 돼 있어 실제 현장라인 적용에 필요한 지속적인 기술 내재화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주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AI 공급기업 인증제도 등 평가·관리체계와 교육·훈련을 통한 제조 현장의 AI 리터러시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순재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은 “정부는 2030년까지 AI 중심 스마트공장 1만 2000개 구축, AI 적용기업 산업재해 2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소 제조기업 AI 대전환, 스마트제조 기술기업 육성, 제조데이터 표준화 등 이행계획을 소개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뿌리산업위원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같은 날 오후에는 ‘2025년 제2차 뿌리산업위원회’가 열려 금형, 주물, 소성가공 등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과도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으로 심화될 것을 우려하며 전기요금 제도 합리화와 에너지 전환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위원들은 연중 최대전력을 기준으로 1년간 기본요금을 산정하는 현행 피크연동제에 대해 “한 번이라도 피크가 높게 설정되면 1년 동안 과도하게 높은 기본요금을 부과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재혁 한마음재단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현 전기요금 피크연동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요자원(DR)시장 활성화 등 전력 수요 관리 정책을 제언했다. DR시장은 전기 사용량을 절감한 만큼 전력시장에 판매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로 지난해 11월 개설됐다.

박평재 뿌리산업위원장은 “전반적인 산업 진흥정책과 더불어 에너지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며 “뿌리산업위원회가 산업계 소통창구로서 주도적으로 현안을 발굴하고 현장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AI 전환에 대해 업종별 데이터 표준화 지원과 상생형 지원모델로 공동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