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포토에세이] 500년 이상 이어져 온 페루 소금 광산
2025-11-11 이솜 기자
[천지일보=이솜 기자] 페루 안데스산맥의 마을에서 유리엘은 여름 끝자락마다 자신의 작업 일정을 세운다.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은 오늘은 어느 친구의 염전에서 일할지다.
케추아어로 ‘아이나이(ayni)’라 불리는 상호부조의 전통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건기 한 달에 한 번씩 서로의 소금 웅덩이에서 일을 돕는다. 4대째 소금 채취를 이어온 그의 가족에게 이 순환은 일상이자 의무다.
유리엘은 마라스와 피친고토 마을 주민으로, 500년 이상 이어져 온 염전에서 채취한 소금을 공동으로 판매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페루 문화부에 따르면 이 지역의 소금 채굴은 1400~1500년대 잉카 제국의 통치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오늘날 염전은 흰색, 황갈색, 갈색이 뒤섞인 계단식 테라스로 산비탈을 따라 펼쳐져 있다.
염전의 물은 좁은 수로를 통해 웅덩이로 흘러든다. 시간이 지나 물이 증발하면 흰 결정이 남고, 사람들은 이를 긁어모아 씻은 뒤 햇볕에 말린다.
이곳의 염전은 마을 주민끼리만 사고팔 수 있다. 외지인에게 팔 수 없다는 이 규칙은 소금 채취를 세대마다 이어가기 위한 보호 장치다.
이 지역의 가이드 후안 카를로스 팔로미노는 AP통신에 “시골 페루인들에게는 부를 극대화하는 것보다 미래 세대를 위해 땅 위의 일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것이 그들이 자연과 연결되고 그 은혜에 보답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