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
삶의 끝에서 주고받은 두 거장의 마지막 사유
헤세와 융이 전하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법’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20세기 인류 정신의 지형을 바꾼 두 인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와 심리학의 거인 칼 구스타프 융.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그들이 삶의 말년에 주고받은 마지막 대화이자 인간 존재의 근원과 삶의 의미를 향한 궁극의 사유를 담은 책이다.
칠레 출신 작가이자 외교관 미구엘 세라노는 젊은 시절 헤세의 ‘데미안’과 융의 저서에 매료돼 그들을 ‘내면의 스승’으로 삼았다.
인도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그는 오랜 사색 끝에 두 거장을 직접 찾아 나섰고, 스위스의 외딴 산자락에서 외부와 단절한 채 내면의 완성을 추구하던 노년의 헤세와 융을 차례로 만났다. 세라노는 이 만남을 “동시성의 작용”이라 부르며 그들의 대화를 꼼꼼히 기록했다.
책에는 인간과 세계, 사랑과 죽음, 집단무의식과 자기완성에 관한 세 사람의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문학과 심리학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헤세와 융이 도달한 결론은 같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입지만 그 상처 속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헤세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고, 융은 “자기 인식을 얻은 뒤에는 그 진리를 따르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 책에는 두 거장의 친필 편지와 함께 헤세가 아내를 위해 쓴 동화 ‘픽토르의 변신’, 그가 직접 그린 수채화 삽화 등 희귀 자료가 수록돼 있어 독서의 깊이를 더한다. 또한 BTS, 앤디 워홀, 파울로 코엘료, 데이비드 핀처 등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그들의 사유를 원전의 언어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정여울 작가는 “두 사람과 나란히 산책길을 걷는 듯한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라 평했고, 이나미 한국융연구원 교수는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를 일깨우는 좋은 참고서”라 추천했다.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 불안과 고독에 시달리는 오늘의 독자에게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길, 그리고 영혼의 언어를 되찾는 사유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미구엘 세라노 지음 / 박광자, 이미선 옮김 / 생각지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