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항소 포기’ 파장… 국민 45.4% “부적절”

‘적절하다’ 응답 38.8% 그쳐 40대 이하 전반서 비판 의견 법조계 안팎서도 지적제기돼 “형벌권 포기한 초유의 사태”

2025-11-10     김빛이나 기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 여론 절반 가까이가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도 “형벌권을 스스로 포기한 초유의 사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법적 특성과 정치적 파급력이 맞물리면서 검찰의 결정 배경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4%는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38.8%, ‘모름’은 15.8%였다.

연령별로 보면 18~20대(49.5%), 30대(49.8%), 40대(51.7%) 등 40대 이하 세대 전반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70대 이상에서도 부정 평가(43.8%)가 긍정(28.7%)보다 높았다. 반면 50대(적절 50.1%), 60대(적절 46.9%)는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서울(46.5%), 경기·인천(47.7%), 대구·경북(52.7%), 부산·울산·경남(47.2%) 등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로 나타났다. 반면 충청·강원(적절 47.1%), 호남·제주(적절 42.9%)에서는 ‘적절하다’는 인식이 다소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68.2%가 ‘부적절하다’고 본 반면, 진보층의 60.9%는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중도층은 의견이 팽팽했고, 무당층은 ‘모름’ 응답이 38.3%로 가장 높았다. 이는 검찰의 결정이 단순한 법리 문제를 넘어 정치적 해석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전례 없는 이례적 조치”로 평가한다. 통상 피고인이 항소하면 검찰도 대응 차원에서 항소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이번엔 피고인 5명 모두 항소했음에도 검찰은 이를 포기했다. 그 결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항소심에서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항소 포기가 ‘이례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대장동 사건이 민관 결탁을 통해 막대한 부당이익이 발생한 초대형 부패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아 ‘실체적 진실 규명’의 기회를 스스로 닫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1심 재판부는 김만배씨 등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이는 검찰 구형보다 낮았고 법리도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단순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됐다. 통상 검찰은 이런 경우 ‘법리 오인’이나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지만 이번에는 그 절차가 생략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공판팀은 항소 제기를 만장일치로 결정했지만, 대검 반부패부가 ‘항소 실익이 없다’며 불허했고 결국 중앙지검 지휘부가 이를 따랐다. 항소기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결정하면서 검찰 내부망에는 “부당한 지휘로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검찰의 항소권을 사실상 통제한 것”이라며 법리적 해석보다 정치적 판단이 고려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국가의 형벌권을 대신하는 기관인데, 이렇게 중대한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사실상 스스로 형벌권 행사를 포기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관련자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며 “정치적 판단이 법적 판단을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사들이 법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을 따른다면 그건 자기 직분을 포기한 것”이라며 “관련된 검사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항소 포기 결정이 법리적 판단인지, 정치적 고려인지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특히 중도층의 의견이 팽팽한 것은 검찰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남아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본지의 이번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100%)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