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아버지 찾았다”… 진실화해위, 유해 3구 신원 추가 확인

진주 2구·영광 1구 신원 확인 유가족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 위원장 “유전 정보 DB화할 것”

2025-11-07     배다솜 기자
진주 보도연맹 희생자 고(故) 이모씨의 유해(왼쪽)과 고(故) 서모씨의 유해 (제공: 진실화해위)

[천지일보=배다솜 기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 유해 3구의 신원이 75년 만에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진주 지역에서 발굴된 진주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해 2구와 전남 영광에서 수습된 적대세력 희생자 유해 1구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진주에서 확인된 유해 2구는 모두 진실 규명 신청인들의 부친으로 밝혀졌다. 사망 당시 33세였던 이모씨(1917년생)의 유해는 아들 이모(78)씨와의 유전자 분석 결과 부자 관계로 확인됐다. 또 다른 희생자 서모씨(1905년생, 사망 당시 54세)도 아들 서모(89)씨와의 부자 관계가 입증됐다.

부친의 유해를 찾은 이씨는 “이제는 별로 할 말도 없고 다 지나간 얘기”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부친의 유해를 잘 화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해 7~10월 진행한 유해 매장 토광 확인 및 굴토 작업 현장 모습. (제공: 진실화해위)

진주 보도연맹 희생자 유해 발굴은 2002년 태풍 루사 때 노출된 인골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여섯 차례의 발굴로 500여구의 유해가 수습됐고 이들은 현재까지 진주 명석면 용산리 컨테이너에 임시 안치돼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 중 80구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이번에 확인된 유해 2구가 그 일부다.

정연조 진주 지역 유족회장은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나머지 유해는 어떻게 되는지 걱정된다”며 “유해 신원이 확인되기 전에 국가 위령 시설에 봉안되거나 화장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에서 발굴된 유해 4구의 가족관계. (제공: 진실화해위)

전남 영광에서 확인된 유해 1구는 김모(58)씨의 친할머니 표모(1927년생, 사망 당시 23세)씨로 밝혀졌다. 지난해 발굴된 14구의 유해 중 네 번째 신원확인 사례로, 앞서 같은 장소에서 수습된 3구가 종조부, 조부, 증조모 관계로 확인된 바 있다. 김씨는 “반가운 일이지만 너무 안타깝다”며 “유전자 정보가 없는 다른 10구도 같은 장소에서 발굴된 만큼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2023년부터 추진한 유전자 감식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11구의 유해 신원을 확인했다. 박선영 위원장은 “이렇게 신원확인을 통해 아버지와 할머니를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위원회 활동 종료로 관련 사업이 중단되는 점이 안타깝다”며 “확보된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신원확인이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23세였던 고(故) 표○○ (전남 영광 적대세력 희생자). (제공: 진실화해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