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K-이커머스… 11월 ‘쇼핑 대전’ 개막
G마켓·11번가·롯데온 유치전 광군제·블프 등 행사 맞물려 쓱데이·십일절·빅스마일 총력 할인·고객락인·프리미엄 전략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최대 격전이 시작됐다.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양강 체제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11월 글로벌 세일 시즌을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와 차별화 전략을 총동원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중국의 광군제(11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28일) 등 글로벌 쇼핑 이벤트에 맞선 이번 ‘K-이커머스 대전’은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각사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는 무대가 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1번가는 트래픽 회복 여부, G마켓은 합작 체제 이후 첫 성과, 네이버는 개방형 플랫폼 확장, 쿠팡은 특정 카테고리 집중 전략의 수익성, 롯데온은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의 정합성에 힘쓴다.
쿠팡과 네이버는 나란히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경쟁을 본격화했다. 쿠팡은 매출 12조 8000억원, 영업이익 2245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부문 매출은 11조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활성 고객 수는 2470만명으로 1년 새 10% 늘었다. 네이버 역시 3분기 연결 매출 3조 1381억원, 영업이익 5706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5.9% 늘어난 9855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총거래액(GMV)은 쿠팡 약 55조원, 네이버 약 50조원 수준으로 양강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11월을 ‘승부의 달’로 삼고 있다. 11번가는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그랜드십일절’을 열고 실시간 특가 코너 ‘타임딜’과 ‘10분 러시’를 대폭 강화했다. 무료 멤버십 ‘11번가플러스’ 회원에게만 적용되는 전용 할인 혜택 ‘패밀리딜’을 내세워 충성 고객 락인(고객 고정)에 주력하고 있다.
G마켓은 신세계그룹·알리바바 합작법인 체제 출범 후 첫 대형 행사 ‘빅스마일데이’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G마켓의 재도약을 위한 비전 선포 이후 선보이는 첫 대형 할인 행사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총 3만여 셀러가 참여해 약 3000만개 상품을 특가 판매한다. 특히 고객의 가격 할인 체감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 할인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고 다양한 참여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고객 혜택 측면에서도 역대급으로 진행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29일부터 ‘넾다세일’을 열고 행사 기간을 전년보다 4일 늘렸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참여 제한을 없애며 개방형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을 강화했다. 신세계그룹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 ‘쓱데이’에 맞춰 SSG닷컴은 오는 9일까지 패션·뷰티·리빙·가전 등 인기 상품을 최대 90% 할인하는 ‘마법 같은 특가전’을 진행 중이다.
쿠팡과 롯데온은 뷰티 카테고리를 집중 공략하며 차별화를 꾀한다. 쿠팡은 23일까지 ‘메가 뷰티쇼’를 열고 행사 상품을 5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중 3000명을 추첨해 35만원 상당의 뷰티 박스를 증정한다. 롯데온은 16일까지 ‘뷰세라(뷰티 세일 라인업)’를 진행하며 고가 화장품 한정판을 선출시하고, 15만원 이상 구매 시 사은품을 제공한다. 쿠팡은 멤버십 유입과 카테고리 집중 전략을, 롯데온은 백화점 기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각 강화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직구(해외 직접 구매) 시장 확대도 국내 업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해외 직구 거래액은 2조 1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2023년 1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증가세로 중국 알리·테무뿐 아니라 미국 아마존까지 시장을 확대하면서 국내 플랫폼 입장에서는 11월 쇼핑 시즌이 내수 방어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쇼핑 성장률 둔화도 경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증가율은 2021년 20.2%→2024년 5.8%로 낮아졌고, 올해에는 한 자릿수 완만한 성장세 속에 8월 +6.6%에서 9월 +13.3%로 뛰는 등 월별 변동성이 커지며 할인 공세를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