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인공지능 시대, 한국은 충분한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2025-11-05     천지일보

엔비디아가 대한민국에 최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 GPU 26만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칩들을 모두 가동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소 한 개가 필요할 만큼 막대한 전력이 요구된다.

AI 시대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버 운용 등 모든 영역에서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를 동반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한국의 발전 비중은 화력 55%, 원자력 25%, 나머지 25%가 풍력·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가 기후·지리적 요인에 따라 전력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밤에는 멈추고,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멈춘다. 이런 에너지 구조로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모든 중화학 산업이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 1위 수준이다. 전력 공급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생산 차질, 수출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필리핀은 전력난으로 산업 기반이 붕괴하면서 경제가 급락한 대표적 사례다. 과거 일본 다음 아시아 2위 국가인 필리핀이 어려워진 이유가 전력공급 부족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국가로서 전력 공급과 배전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AI 산업 성장을 위해서 원자력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생산은 필수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오히려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현재보다 네 배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이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통해 전력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그 한계를 인정하고 원자력 발전을 국가 에너지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AI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 산업이 발전하려면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전력은 단순한 산업의 기반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미래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안정적 전력 확보’에 둬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유지·확대하고, 노후 설비를 교체하며, 송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AI 시대에 전력 부족은 곧 산업 붕괴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이 AI 강국, 제조 강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충분한 전력 공급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