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공감과 존중으로 아이를 키우는 젠틀 페어런팅

2025-11-05     천지일보

최병용 칼럼니스트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젠틀 페어런팅(gentle parenting)’이라는 양육법이 주목받고 있다. 체벌이나 강압적인 훈육 대신 공감과 지지를 중심으로 한 방식으로 특히 MZ세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버릇없고 예의 없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과거의 권위적이고 엄격한 교육이 옳은 건 아니다. 젠틀 페어런팅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충분히 건강하고 효과적인 양육법이 될 수 있다.

이 개념은 2016년 사라 옥웰-스미스의 ‘젠틀 페어런팅 북’에서 처음 소개됐다. 강요와 벌 대신 아이의 감정과 결정을 존중하며 기다리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신발을 신기 싫어할 때 “지금 신어”라고 명령하기보다는 “잠시 후 나가야 하니까 신발을 신어 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설득을 우선시하고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중심이 된다.

젠틀 페어런팅의 원칙은 명확하다.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존중할 것,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공할 것, 훈육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 그리고 부모가 모범을 보일 것. 아이가 화를 내거나 속상해할 때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 볼래?”라고 물으며 감정을 언어화하도록 돕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과정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감정을 존중하되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권위적인 훈육은 아이에게 순종을 강요할 수는 있지만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 반면 젠틀 페어런팅은 아이가 부모를 믿고 의지하도록 이끈다. 이는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게 만든다.

부모가 공감과 존중을 실천할 때, 아이 역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성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젠틀 페어런팅은 아이의 자율성과 독립심을 길러준다. 예를 들어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끝났을 때 “정해진 시간만큼 사용했으니 이제 어떤 활동을 할지 스스로 정해보자”고 제안하면, 아이는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통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지금 당장 꺼”라고 명령하는 것보다 자기 주도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양육법은 ‘설득’에 치중하다 보니 아이가 규칙을 무시하거나 버릇없이 행동할 가능성도 있다. 비행기에서 앞좌석을 발로 차는 아이에게 “그러지 마”라고만 말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발로 차는 행동을 멈추게 제재하고, 왜 잘못된 행동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훈육이 병행돼야 한다.

젠틀 페어런팅은 부모의 인내심을 크게 요구한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 신발을 신지 않겠다는 아이를 설득하는 일은 바쁜 아침마다 반복되기 쉽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부모의 심리적 부담도 커진다. 실제로 미국 맥칼리스터대 연구에 따르면 젠틀 페어런팅을 실천하는 부모 중 35%가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부모도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로는 화가 나고, 실수도 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바로 양육의 본질이다.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젠틀 페어런팅은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모든 상황의 해답은 아니다.

아이마다 성향과 환경이 다르다. 부모는 아이의 기질과 상황에 맞게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젠틀 페어런팅은 하나의 방법일 뿐, 육아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핵심은 공감과 존중, 그리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이다. 결국 좋은 부모란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되,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게 경계를 세울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