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노 차이니즈 존’ 논란… “인종차별” vs “영업 자유 존중”

성수동 한 카페서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 게시 후 철회 계엄 후 中 공산당 정치 개입 의혹 확산에 반중 정서 심화 전문가 “특정 국적을 이유로 한 배제는 자유의 영역 아냐”

2025-11-06     홍보영 기자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가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었다가 철회하면서 ‘반중(反中) 정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론은 “개인의 영업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특정 국적 배제는 인종차별”이라는 입장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전문가들은 특정 국적을 이유로 한 출입 제한은 자유의 영역이 아닌 명백한 차별이라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었다가 철회하면서 ‘반중(反中) 정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천지일보 2025.11.05.

◆ ‘노 차이니즈’ 철회에도 여전한 찬반 대립

이 사건은 성동구 서울숲 인근 한 카페가 지난달 21일께 인스타그램 소개글에 ‘We do not accept Chinese guests(우리는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이 카페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입장을 거절당했다는 사례도 전해졌다.

성동구청장의 철회 설득에 이어 인권위원회가 현장 조사를 나서자, 업주는 결국 해당 안내문을 내렸다.

최근 네이버 카페 ‘성수동중구엄마들의모임’에는 ‘성수동 카페 중국인 출입금지 철회했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철회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며 내가 사장은 아니지만 예의 없이 행동하는 중국 손님을 보면 나라도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 업장의 결정에 구청장까지 나서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일본에서 한국인 출입금지 기사를 봤을 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이번엔 내 감정이 내로남불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사장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 줄 몰랐을 텐데 중국 인플루언서와 구청장이 나서자 철회한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댓글에서는 “오죽하면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했겠어요” “장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요” 등 사장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은 일부 중국인 관광객의 ‘민폐 행동’이 누적된 결과라며 “노키즈존은 괜찮고 일본 식당에서 한국인 출입금지도 되는데 왜 한국에선 노차이나만 문제냐”고 주장했다. 또 “개인 업장 결정에 구청장이 나서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 다수는 특정 국적을 이유로 한 배제가 명백한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장 금지하는 건 분명한 차별” “혐오와 인종차별은 개인의 자유로 존중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일부 보도에서 카페 사장이 ‘진상 중국인’에게 직접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고 밝히자 “차별을 당당히 내세운 게 더 문제다” “싫어하는 건 자유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건 다른 문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중 정서의 파장과 국가 이미지 우려

이번 논란이 성수동 상권과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성수동에서 특정 국적을 배제하면 한국 관광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성수동 손님 중 중국인이 많은데 이런 분위기가 퍼지면 가게뿐 아니라 상권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는 유럽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사례를 거론하며 “이런 조치를 방치하면 중국인만 안 오는 게 아니라 전체 관광 수요가 줄어든다. 이미 외국 유튜브에서도 한국이 인종차별 국가로 알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즉 ‘노 차이니즈 존’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배타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관광 산업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MZ세대가 주도하는 반중 정서

최근 반중(反中) 정서는 특정 세대나 이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뚜렷해지며 사회·정치 영역 전반에서 ‘반중’이 하나의 여론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1%가 중국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특히 20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40·50대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청년층(MZ세대)이 반중 정서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2024년부터 이미 높아진 청년층의 반중 정서가 계엄 사태를 거치며 더욱 뚜렷해지고 이후 시위나 온라인 담론을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공산당’에 대한 반감이 고령층 중심의 보수집회를 통해 표출됐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강하게 확산했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집회에 참석한 한 청년은 “중국인들이 무비자 입국을 통해 불법체류, 납치, 장기매매를 하고, 한국 부동산까지 빼앗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해를 바탕으로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성수동 카페 논란과 같이 감정적이고 배타적인 대응은 결국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외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차별은 결코 자유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개인의 영업 자유는 헌법과 사회적 가치, 규범적 가치 안에서 보장돼야 하며 특정 국적을 이유로 한 배제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는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도 용인될 수 없으며 이를 자유라고 주장한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청년층 중심의 반중 정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 교수는 “일부 언론이 특정 집회나 사건을 근거로 청년 세대 전체가 반중 정서에 휩싸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 규모나 영향력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적 차이나 외교적 갈등을 이유로 상대 국가 전체를 혐오하는 태도는 과거 한국이 겪었던 부정적 경험을 망각한 것”이라며 “혐오가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