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흔들린 행정’ 제동… 신천지, 인천중구청 상대 ‘옛 인스파월드’ 2심도 승소

법원 “종교단체 소유 이유로 착공 막을 수 없다” 12년 방치 ‘옛 인스파월드’ 리모델링 재개 전망

2025-11-05     김미정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마태지파가 2013년 매입한 인천시 중구 신흥동3가에 위치한 옛 인스파월드 건물. 2023년 12월 8일 인천 중구청은 민원을 빌미로 ‘착공 불허’를 통보했다. 지난 2025년 11월 4일 서울고등법원은 중구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2심 판결을 내렸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인천 중구 신흥동 ‘옛 인스파월드’ 리모델링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항소심에서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손을 들어주며 새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고등법원 인천 제1행정부는 지난 4일 2025누10144 사건에서 인천 중구청장의 항소를 기각, 1심(인천지법 2024구합52858, 5월 30일 선고)의 원고 승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항소비용은 피고(인천 중구청)가 부담한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을 건축법 제21조의 법적 성격으로 압축했다. 이미 건축허가가 적법하게 내려졌다면, 착공신고는 허가권자에게 ‘공사계획’을 알리는 자기완결적 신고에 불과하다. 따라서 행정청은 서류 구비, 허가내용 부합 등 형식적 요건만 확인해 수리해야 하며, 민원·추정 등에 기초한 실체적 사유로 반려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인천 중구청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착공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허가 단계에서 실체적 요건을 이미 심사했다면, 착공신고는 절차적 통지에 그친다”는 1심 논리를 전면 인용했다. 아울러 “착공신고는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접수 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옛 인스파월드 리모델링’ 사건 경과와 배경

옛 인스파월드는 한때 수영장·찜질방·헬스장을 갖춘 지역 명소였으나, 운영 중단 뒤 12년 가까이 방치되며 안전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신천지는 2013년 약 88억 2천만원에 건물을 매입했고, 2015·2016·2023년 종교시설 용도변경 신청은 연속 불허됐다.

신천지가 2013년 매입했지만, 일부 주민과 개신교 반대로 10여년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방치 돼 폐허가 된 구 인스파월드 내부 모습. ⓒ천지일보DB

이후 2023년 10월 20일 종교시설이 아닌 문화시설·제2종 근린생활시설(공연장 포함)로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11월 24일 착공신고 직후 12월 7일 중구청은 “지역 갈등 해결 필요”를 이유로 수리 거부했다. 인천시 행정심판위는 2024년 2월 26일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올해 5월 30일 1심, 지난 4일 2심에서 잇따라 신천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바탕에는 일부 주민·개신교 단체의 조직적 반대와 민원 압박이 자리했다. 중구청은 갈등 조정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혀왔으나, 법원은 민원 자체는 법률상 수리 거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도 “소유 주체가 종교단체라는 이유의 막연한 우려를 행정처분 근거로 삼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자 종교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행정 중립성 기준 명확히 제시한 판결

이번 판결은 착공신고 단계에서 행정청이 어디까지 심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행정의 중립성이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먼저 ‘원칙 행정’의 재확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건축허가 단계에서 법적·실체적 요건을 모두 심사했다면, 이후 착공신고는 단순히 공사계획을 알리는 절차적 행위일 뿐이며, 행정청은 형식적 요건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갈등 관리 방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주민 반대나 종교적 감정 같은 사회적 요인을 이유로 행정 절차를 멈추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공익이나 민원 문제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조건부 운영, 사후 감독, 정책적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행정권 남용을 견제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원과 감정이 얽힌 대형 개발·리모델링 사업에서 자의적인 착공신고 거부를 막고, 행정이 법적 절차와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법은 법대로, 갈등은 정책과 관리로”라는 원칙을 현장에 적용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연이은 신천지 측의 승소를 계기로 12년 넘게 ‘흉물’로 방치된 대형 건축물이 문화·근생시설로 재탄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