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인사이드-불법개종강요(7) 피해자의 편지] “가족 모두가 피해자…불법개종강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광주 20대 여자 청년의 호소  “차량으로 유인 후 손발 결박     펜션에 가두고 51일 동안 감금   강제 개종 목사가 납치 조장”

2025-11-05     임혜지 기자
ⓒ천지일보 2025.11.0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진짜 피해자는 가족… 강제 개종,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강제 개종 피해자들이 본지에 보내온 호소문의 공통된 내용이다. 이들에 따르면 개종 목사들은 돈을 벌 목적으로 가족에게 불안과 죄책감을 심어 조종했다. 교육비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금액은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했다. 개종에 실패하면 그 책임은 가족에게 떠넘겼다. 

결국 화목했던 가정은 불신과 상처로 무너졌다. 이러한 아픔을 겪은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이유는 단 하나,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언제까지 이런 비극이 반복돼야 하나요.’ 강제 개종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자 피해자들은 직접 편지를 작성해 직접 그 실체를 밝히고 있다. 이들의 절규를 가감 없이 전하고 강제 개종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호소문을 연재한다. 다음은 경기권에 거주하는 오모씨가 보내온 호소문의 전문이다.

◆“핸드폰 뺏기고 펜션으로 끌려가 감금”

저는 2023년 5월 6일부터 같은 해 6월 25일까지 가족들에 의해 강제 개종에 끌려간 피해자입니다.

저는 신천지예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가족들과 종교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통제와 억압을 받아왔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누구와 연락하는지를 확인하려고 핸드폰 알림이 뜨면 사진을 찍어두셨고, 어디를 가는지도 미행하셨습니다.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차 안에서 오빠가 갑자기 제 핸드폰을 빼앗았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어머니는 뒷좌석으로 넘어와 저를 가운데 두고, 오빠와 함께 제 팔과 다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결박당한 채 가족들에 의해 납치됐고, 어디인지 모를 산속의 한 펜션으로 끌려가 감금됐습니다.

그 펜션의 모든 창문은 못으로 박혀 열리지 않았고, 창문에는 에어캡이 붙어 있어 밖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왜 여기에 왔는지 아냐”고 묻고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개종에 동의하는 것뿐이다. 너는 신천지예수교회에 세뇌됐다”고 말하며 개종을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종에 응할 이유도, 마음도 없었기에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저는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펜션 주인과 주변 사람들 모두 부모님의 조력자들이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절망감 속에서도 하루하루 탈출의 기회를 엿보며 버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가족 모두와 연락이 닿지 않자 엄마 친구분이 경찰에 신고해 가족 실종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연락이었습니다. 형사들이 펜션으로 온다고 했지만, 아버지와 통화한 뒤 “종교적인 문제로 가족 간에 일어난 일”이라는 말만 듣고, 현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어머니와 제가 펜션에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갔습니다.

경찰이 왔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나갈 수 없겠구나’라는 절망감이 밀려왔고, 희망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단순한 가족 실종 사건이었다면, 형사들이 아버지의 말만 듣고 그렇게 행동했을까요? 만약 이것이 실제 범죄 현장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까요? 교회의 이름이나 사회의 인식에 따라 수사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 깊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강제 개종을 위해 아버지는 한 달간 휴가를 내셨고,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셨습니다. 몸이 좋지 않던 어머니는 개종을 강요하던 중 쓰러지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 모든 일이 제 종교 때문이라며 오히려 피해자인 저를 가해자 취급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매일 탈출만을 생각했습니다. 펜션의 문은 일반적인 구조와 달라 안에서 열고 밖에서 잠글 수 있는 방식이었기에 아버지가 문을 잠그기 전에 기회를 잡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감금된 지 51일째 되는 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잡히면 어떻게 될까’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열린 문으로 전력으로 뛰쳐나왔고 자갈밭을 맨발로 달리며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해주었고 그 도움으로 저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실망감과 두려움이었습니다.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개종 목사와 주변 지인들의 말만 믿고 상식 밖의 행동을 했던 가족의 모습은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또한 개종 목사들이 다시 가족을 조종해 이전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가족을 의심하게 되는 제 자신도 괴로웠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부모님은 저에게 “성급한 판단으로 강제로 개종을 강요해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개종 목사의 말만 믿고 저를 억압했던 행동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시며 후회하셨습니다. 지금은 가족 간의 오해를 풀고 부모님도 저의 신앙을 존중해주시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일은 단순히 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상처였습니다. 개종 목사의 말이 사실이라 믿고 사랑하는 딸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행동했지만, 결국 가족 모두가 피해자가 된 것입니다. 부모님에게 두려움을 심어 배후에서 조종하며 가족 간에 정신적·육체적·경제적 상처를 남기는 강제 개종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