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여전… 내년 3월 정세 분기점 될 듯” (종합)

2025-11-04     박혜옥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동은 불발됐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물밑에서 대미 대화를 대비해 온 동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가 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미국 행정부의 대북 담당 실무진 성향을 분석하는 등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해 온 정황이 여러 경로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김정은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조건부 대화를 시사한 이후 핵무장 관련 직접 발언을 자제하며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김정은과의 만남 의사를 표명한 이후, 북한이 대화 여지를 고려해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를 막판까지 고심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공개 행보 강화… 통치 기반과 우상화 병행

국정원은 “김정은이 지난 60일간 집중적인 공개 활동을 이어가며 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치적 부각과 민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저질환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방과 평양을 오가는 장시간 이동과 각종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어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 차별화된 통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모자이크 벽화, 전용 배지 제작 등 독자적 우상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군을 ‘영웅’으로 선전하며 새로운 전승 신화를 만들려는 의도도 있다”며 “평양 내 전승박물관 설립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러 군사 협력 확대… 무기 기술 진전도 관측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혈맹 관계를 강조하며 군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군수 책임자들의 러시아 방문이 잦아지고 있으며, 민간 기술 이전 가능성 등을 면밀히 추적 중”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약 1만 명 규모의 북한 파병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 중이며, 공병과 건설 부대가 지뢰 제거 및 인프라 복구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 파병 대비 훈련과 차출 동향도 계속 관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핵탄두 ICBM, 단거리 미사일, 무인기 및 재래식 무기 개량 등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공개된 고체 ICBM 화성-20형은 기존 19형보다 경량화되고 추진체 성능이 개량돼 다탄두 탑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극초음속 미사일, 정찰위성, 핵잠수함 등은 아직 실전 운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중 관계 회복세… 남북관계는 경색 유지

국정원은 “9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총리의 16년 만의 방북 등으로 관계 정상화의 동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말 신압록강대교 개통 준비 속에 중국의 민생물자 지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북한 내에서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의 9월 대중 무역액은 8월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김정은의 딸 김주애에 대해서는 “최근 공개 활동이 줄어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후계 논의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남북관계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이 한국 단체 접촉 금지 및 한미 차별 대응 등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라는 내부 지침을 하달해 관계 개선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북을 별도 국가로 규정하는 ‘2국가론’을 헌법에 반영하는 개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