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2.4% 상승… 1년 3개월 만에 최고
먹거리·서비스 오름세 영향 농축수산물 물가 3.1% 올라 외식·가공식품 등 고공행진 환율 상승에 석유류 4.8%↑ 근원물가 작년 7월 이후 최고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에 달했다.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외식 등 먹거리와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는 4일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가 117.42(2020=10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른 규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월 1.9%를 기록한 이후 6월 2.2%, 7월 2.1%, 8월 1.7%, 9월 2.1%로 1% 후반~2% 초반대에서 등락하다가 10월 2% 중반대로 뛰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2.6%)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품목별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2.3% 뛰어 전체 물가를 0.25%p 견인했다. 이 중 축산물은 5.3%, 수산물은 5.9%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6.1%), 국산 쇠고기(4.6%), 달걀(6.9%), 고등어(11.0%)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채소류가 14.1% 떨어졌지만 쌀(21.3%), 찹쌀(45.5%)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농산물은 1.1% 상승했다.
전체 공업제품 물가는 2.3% 상승했다. 공업제품 중 석유류는 경유(8.2%), 휘발유(4.5%) 가격이 오르며 4.8% 치솟았다. 빵(6.6%), 커피(14.7%) 등 가공식품도 3.5%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0.4% 상승했다. 전기료(-0.4%) 가격은 떨어졌지만 상수도료(3.8%), 도시가스(0.4%), 지역난방비(0.3%) 가격이 오른 데 영향을 받았다.
서비스 가격은 2.5%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1.2% 오르는데 그쳤지만 개인서비스 가격이 크게 올랐다. 외식은 3.0%,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3.6% 상승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잦은 비로 인해 쌀 출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며 “과실의 경우 잦은 비로 인해 사과 출하가 지연되면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관은 “석유류는 작년 10월에 10.9% 하락했던 기저효과와 최근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유류세 인하율 축소 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출목적별로 모든 항목이 올랐다. 식료품·비주류 음료(3.5%)와 음식·숙박(3.2%), 교통(3.4%), 기타 상품·서비스(4.3%) 등이 3~4%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주택·수도·전기·연료(1.2%), 오락 문화(2.1%), 의류·신발(2.1%), 가정용품·가사서비스(2.2%), 보건(1.1%), 통신(0.4%), 주류·담배(0.4%) 등도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식품과 식품 이외는 각각 3.0%, 2.2% 올랐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3%로 집계됐다.
어류·조개류가 속한 신선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0.8% 하락했다. 신선어개와 신선과일이 6.2%, 10.8% 올랐지만 신선채소는 14.1% 떨어진 데 영향을 받았다.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5%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2% 상승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민생경제의 핵심인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다가오는 김장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정부 가용물량 등을 활용해 배추와 무를 4만 7000t 이상 공급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500억원을 투입, 김장 채소와 돼지고기 등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김장철 할인행사를 추진한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수산물 유통비용률 10% 절감을 목표로 수산업 유통구조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지거점유통센터 및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확충하는 등 유통경로를 간소화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인공지능(AI) 기반 수급예측모형을 신속히 개발하고 스마트 양식업도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