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in] 트럼프가 경고한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박해’ 상황 어떻길래
“학살 지속시 군사작전” 시사 세계 기독교 박해국 순위 7위 이슬람 무장단체 테러 극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이슬람 테러범을 제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에 ‘총을 쏘며(guns-a-blazing)’ 들어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군사 개입까지 시사하며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박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현지 박해 실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많은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들은 나이지리아에서 대규모 박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해왔다.
인구 2억명 이상을 보유한 아프리카 최대 국가인 나이지리아는 기독교와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대표적 다종교 국가다.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이 35%를 차지하며 무슬림이 약 50%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남부에서는 기독교가, 북부에서는 무슬림이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나이지리아에선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기독교인을 향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조사대상 100여개국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2022년부터 6~7위권에 머물만큼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로 평가된다. 오픈도어선교회는 나이지리아를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나라”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 국제기독연대(ICC)는 “나이지리아 기독교계에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에제키엘 다초모 나이지리아그리스도교회 목사는 “최근 플래토주에서 풀라니족 무장세력이 기독교 마을을 습격해 13명 이상이 숨졌다”며 “정부는 침묵하거나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실을 말하다 목숨을 잃을지라도 침묵하지 않겠다”며 나이지리아 내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이 심각함을 호소했다.
그의 말처럼 박해 상황은 처참하다. 현재까지 수천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었다. 오픈도어선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만 약 4118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루 평균 11명 이상이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셈이다.
원래 무슬림은 나이지리아 북부에, 기독교인들은 주로 남부에 거주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세력을 넓히며 분쟁이 심화됐다. 기후변화 등으로 남하한 유목민 풀라니족 무장세력이 남쪽 농지 대부분을 소유한 기독교인들을 표적으로 삼으며 박해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에는 나이지리아 베누에 주 예레와타마을에서 풀라니족의 무차별 총격으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9000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은 바 있다. 풀라니족은 실향민이 대피한 캠프까지 와서 학살을 자행하려 했지만 군대의 저항에 부딪히자 인근 건물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나이지리아는 2023년 무함마두 부하리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볼라 티누부 대통령이 새 대통령으로 선임되면서 기독교인 보호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 개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픈도어는 “정부가 풀라니 무장세력에 대한 법 집행에 여전히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현지 성도들은 박해 극복을 위한 기도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오픈도어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담당자 아나후씨는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 북부 19개 주에는 하루하루 박해를 겪는 기독교인들이 5000만~7000만명에 이른다”며 “박해자들의 목표는 결국 기독교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폭력과 강제 개종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독교 소녀들이 납치되고 있다”며 “감금시키고 세뇌한 뒤 무슬림 남성과 강제 결혼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혹독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아나후씨는 “우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지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수많은 신도들이 그리스도인으로 죽을 각오를 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슬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교회로 돌아오는 놀라운 기적이 늘어나고 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