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일 국회 시정연설… 여야 재정노선 격돌 예고
‘확장재정 vs 건전성’ 충돌 소비쿠폰·성장펀드 쟁점화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나선다. 다만 국민의힘이 ‘포퓰리즘 예산 삭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재정노선에 대한 여야 충돌이 예고됐다.
대통령실은 3일 언론 공지를 통해 “내일(4일) 이 대통령 일정과 관련해 시정연설이 있다”고 알렸다. 지난 6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때 첫 시정연설을 한 데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연설이다. 국회가 5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안 심사 일정을 가동하는 만큼, 대통령은 예산안 편성 방향을 설명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한 여야 협조를 요청할 전망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 규모는 728조원이다. 총지출은 올해보다 8% 안팎으로 늘었고, 인공지능 대전환(10조 1000억원) 등 초혁신경제 분야에 72조원, 지방 성장거점 구축을 포함한 포용성장 분야에 175조원이 배분됐다.
쟁점은 명확하다. 여야 모두 민생과 직결된 예산의 충분한 반영에는 공감했지만 재정의 성격과 우선순위를 놓고 이견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으로 분류되는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각종 소비쿠폰 등 확장재정 성격의 지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소비쿠폰 같이 경제적 효과는 입증 안 됐음에도 오로지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는 대규모 포퓰리즘 예산은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경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민생 관련 정책들에 대해선 최대한 증액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을 향한 공세도 이어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재정 운용 기조를 겨냥해 “결국 민주당은 대한민국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이번 국회에서 할 것”이라며 “민생 소비 쿠폰같이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오로지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예산은 반드시 삭감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민 생활을 뒷받침하는 지출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확장재정’과 ‘건전성 강화’라는 두 축의 노선 충돌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시정연설에는 예산과 별개로 외교 현안도 언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타결한 관세 협정과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 절차 협조 요청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동의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 협정은 국민의 삶과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한다”며 “법률제정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국회의 비준 동의건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명백한 위헌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 협정이 비준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예산 심사와 병행되는 추가 정치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
국회 일정은 빠듯하다. 5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 12~13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차례로 진행된다. 17일부터는 예산안 증·감액을 다루는 예산조정소위원회가 본격 가동된다. 여야가 ‘민생예산은 챙기되 포퓰리즘은 걷어낸다’는 각자의 명분을 내걸고 강대강으로 맞설 경우, 연말 정국은 예산‧비준을 둘러싼 이중 공방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