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조선, 한 아이의 서찰로 되살아난다

2025-11-02     백은영 기자

동화에서 무대로… 여성연극제 선정작

400㎞ 여정에 담은 배움과 행복의 질문

민요·소리로 시대의 숨결 전하는 창작극

2025 제10회 여성연극제 ‘세대공감전’ 작으로 선정된 연극 ‘서찰을 전하는 아이(김도훈 예술감독, 준 연출)’, 20만 독자를 사로잡은 동화가 무대 위 연극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제공: 여성연극제) ⓒ천지일보 2025.11.02.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단 한 줄의 역사 기록이 상상력과 감성을 만나 무대 위에서 다시 숨 쉬기 시작한다.

제10회 여성연극제 ‘세대공감전’에 선정된 연극 ‘서찰을 전하는 아이’가 13~16일까지 서울씨어터202에서 관객을 찾는다. 김도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에이치프로젝트가 제작하고 준이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동화를 원작으로 한 역사극이다.

1894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글을 모르는 아이가 아버지를 대신해 한자 서찰을 전하기 위해 장장 400㎞ 길을 걷는 여정을 그린다. 아이는 암호 같은 글자를 해독하며 배움의 고통과 깨달음을 마주하고 나아가 사람을 잇는 힘이 무엇인지 사유하게 된다.

“배움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제 것이 된다”는 문장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관객에게도 오래 남는 질문을 건넨다. 소년이 바라본 조선의 풍격과 삶의 진실은 13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충분히 유효한 메시지를 띤다.

음악적 장치도 인상적이다. 소박한 민요와 장터의 소리는 극의 감정을 진하게 채우며 시대의 호흡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단 한 줄의 역사 기록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치밀한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이 더해져 1894년 조선의 풍격을 생생히 되살린다. (제공: 여성연극제) ⓒ천지일보 2025.11.02.

준 연출은 “1894년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 역사적 해”라며 “그 시대를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거친 격동 속에서도 사람들이 끝내 붙잡았던 희망은 ‘행복’이었음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전한다.

창작집단 에이치프로젝트는 완성도 높은 공연예술을 지향하며, 관객이 무대 위에서 서사적 경험을 이어갈 수 있는 장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관객층을 넓혀온 이들의 작업은 인간을 향한 기울지 않은 시선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따스한 감성과 깊은 인문적 고민을 담아 관객에게 닿을 예정이다.

여성 예술가의 창작 역사를 이어온 여성연극제가 올해 10회를 맞은 가운데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세대 간 공감을 주제로 한 대표작 중 하나다. 다양한 창작자들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연극제를 통해 관객들은 한국 연극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공연은 서울씨어터202(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서울연극창작센터 5층)에서 진행되며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가을의 끝자락, 관객들은 한 아이의 발걸음을 따라 1894년 조선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조용한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