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에도 과로사 계속… 최근 5년간 뇌심혈관계 산재 사망 1059건

2025-10-29     김민희 기자
런던베이글뮤지엄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주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 끝에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실노동 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 현장 곳곳에서는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업재해 사망 승인을 받은 사례는 총 1059건으로 집계됐다.

뇌출혈·뇌경색·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 중 상당수는 장시간 근무와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으로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 산재 사망 승인 건수는 2021년 289건, 2022년 222건, 2023년 186건, 지난해 214건이었다. 올해는 8월까지 148건이 승인됐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지난해 숨진 노동자 A씨는 발병 전 일주일 동안 주 85.2시간, 그 이전 3개월간 주 86.4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노동자 B씨 역시 발병 직전 주 80.8시간, 석 달간 주 79.4시간씩 일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는 최근 5년간 9839건으로, 이 중 3345건이 승인됐다.

이학영 의원은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음에도 높은 노동 강도와 과도한 야근 근로가 여전해 과로사가 지속되고 있다”며 “과로사가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해 철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비극적인 희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5월 입사해 주 58~80시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사망 전날 오전 9시에 출근해 자정 직전 퇴근했고, 닷새 전에는 21시간 일했다”며 “만성 과로와 급성 과로가 겹쳐 과로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고인의 사망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주 80시간 근무 등 유족 측 주장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고용노동부는 런던베이글뮤지엄에 대한 근로감독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