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흑해에서 온 사람-서안나

2025-10-20     천지일보

흑해에서 온 사람

서안나

아버지의 통증은 틀린 곳이 없다

 

아픈 사람을 생각하면

발뒤꿈치까지 춥다

 

아버지의 추운 짐승들의 집

흑해에서 온 사람

 

나는 약사여래불처럼

알약 갈은 이스라지 흰 꽃

등으로 다 피운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

아버지의 통증이 만져진다

 

등 뒤가 괴괴하다

뒤돌아보면 측백나무 끌고

흑해를 건너는 아버지

 

[시평]

이 시는 인간이 겪는 아픔과 그것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깊이 탐구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아버지의 통증을 통해 가족 간의 연대감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감정적 울림을 전달한다. 아버지의 고통이 단순히 육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삶 전체에 걸쳐 깊게 새겨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화자는 아픈 사람을 생각할 때 “발뒤꿈치까지 춥다”고 표현하며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까지 스며드는 깊은 공감을 드러낸다. 

4연의 약사여래불은 불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부처로 알려져 있는데, 화자는 자신을 그와 동일시하며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노력한다. 

“등 뒤가 괴괴하다”는 표현은 화자의 내면적 불안을 잘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아버지의 고통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불편함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책임감과 무력감을 묘사하고 있다. 

이도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