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종료일 도래… 제재 효력 사라져” 주장

E3 스냅백 복원 “시도 자체가 불법” 美 군사행위 없을 시 대화 가능성도

2025-10-19     정다준 기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란이 2015년 서방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종료됐다며 자국에 대한 유엔 제재가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 3국(E3·영국·프랑스·독일)과 미국이 제재 복원 절차를 가동한 만큼 실제 효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이란 외무부와 외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의장(러시아)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2231호는 2015년 10월 18일 채택돼 10년간 효력을 가졌으며, 2025년 10월 18일부로 확실히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의는 이란의 평화적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존 제재의 종식을 위한 명확한 틀을 제공했다”며 “오늘부로 모든 제재 조항의 법적 효력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JCPOA와 2231호 결의에 명시된 ‘종료일(Termination Day)’ 조항을 근거로 제재가 자동 소멸됐다고 봤다. 결의문에는 “종료일 이후 유엔은 더 이상 이란 핵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E3는 이란이 핵합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지난 8월 유엔 안보리에 제재 복원 절차(스냅백)를 통보했고, 안보리는 두 차례 표결 끝에 9월 28일부로 제재를 부활시켰다.

이에 대해 아락치 장관은 “E3는 합법적 근거 없이 안보리에 직접 호소하는 자의적인 절차를 밟았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스냅백이 위법적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종료일 이후 복원된 제재는 무효이며, 부활 시도 자체가 불법”이라며 “이 입장을 유엔 공식 문서로 배포해달라”고 요청했다.

복원된 제재에는 이란의 석유·금융·무기 부문에 대한 제한과 우라늄 농축·탄도미사일 기술 이전 금지, 개인·기관 자산 동결 등이 포함된다.

이란은 외교적 해법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락치 장관은 중국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미국과 공정하고 균형 잡힌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역시 “외교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평화 협정을 맺는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언급해 양국 간 접촉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이란 정부는 미국이 군사행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화에 길을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E3와의 협상 복원은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3가 포괄적 합의를 위한 협상 재개를 타진했지만 이란은 스냅백을 발동한 유럽과는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종료 선언은 상징적 의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JCPOA가 2018년 트럼프 정부의 탈퇴 이후 사실상 무력화된 만큼 이란의 ‘제재 종료’ 주장은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